[스타일/인테리어]가구가 전하는 평화 메세지

  • 입력 2003년 3월 27일 17시 33분


코멘트
한옥의 서까래를 재활용해 만든 벤치. 롬앤데코.
한옥의 서까래를 재활용해 만든 벤치. 롬앤데코.
이음매에 쇠못을 쓰지 않은 나무 식탁, 여성스러운 디자인의 옷장과 침대, 고풍스러운 주방 가구, 나비의 날갯짓이 선명한 침대보, 쪽빛을 입힌 원목 조명….

전쟁 소식으로 불안한 마음에 평화를 찾아주기 위해서 일까. 인테리어 제품들이 아늑하고 평화로워졌다. 최근 몇 년간 인테리어 디자인을 지배해온 직선적인 미니멀리즘과 금속성의 모더니즘은 장식적인 고전주의와 소박한 자연주의에 서서히 자리를 내주고 있다.

230여개 국내 인테리어 업체들이 참가한 가운데 24일까지 열린 2003년 서울리빙디자인페어(㈜디자인하우스 주최)에서는 ‘자연주의’ ‘믹스 앤드 매치’를 화두로 한 신제품들이 많이 선보였다.

젠 스타일 일색이던 침실과 거실의 가구들은 동서양의 앤티크 스타일을 가미해 고풍스럽고 우아해졌다. 가장자리에 섬세하게 여러 줄의 선을 파거나 실루엣을 곡선으로 처리하고 부분 부분 칠을 벗겨내거나 자개를 박아 넣는 식이다. 슬라이딩 도어를 설치한 앤티크풍의 붙박이장도 나왔다.

곡선 실루엣이 여성스러운 식탁 세트. 까사미아 줄리엣 시리즈

거실용 탁자, 식탁, 책상은 나뭇결을 감추지 않은 제품들이 많다. 한옥의 서까래를 재활용해 못질 없이 수공으로 짠 테이블과 의자, 앞마당에 두고 앉아 봄볕을 쬐기 좋은 통나무 벤치, 왕골 소재의 의자와 탁자 등이 눈길을 끌었다.

광택이 나는 소재를 활용해 ‘첨단 기능’의 이미지를 심는 데 주력했던 주방 가구도 원목을 활용한 클래식 스타일의 디자인이 새롭게 선보였다. 눈으로 볼 수 있는 디자인은 몇 세기를 거슬러 올라갔지만 기능은 더욱 정교해졌다. 문과 서랍에 유압식 완충 쿠션을 사용해 미끄러지듯 소리없이 열리고 닫힌다. 서랍을 열면 숨겨진 테이블이 나와 작업대나 식탁으로 사용할 수 있어 공간이 절약되는 제품도 있다.

패브릭의 경우 잠자리 나비 꽃 등이 프린트된 내추럴한 스타일과 금색 빨간색 등 화려하고 동양적인 색상에 비즈 자수 등의 장식물을 가미한 로맨틱 오리엔탈리즘이 주류를 이룬다.

▼화이트 오크 소재로 앤티크 느낌을 연출한 주방가구. 넥서스
▼못을 쓰지 않고 원목을 짜 맞춘 책상 세트. 올드타임
▼나무와 크리스털을 이용해 만든 인테리어 소품들. 라셰즈

▼젠 스타일에 앤티크풍을 가미한 월넛 무늬목 침실세트. 한샘도무스
▼금색과 빨간색을 위주로 쓴 중국풍 패브릭. 한샘도무스

▼원목의 나뭇결을 그대로 살린 전원풍의 침실 세트. 올드타임
▼라탄을 소재로 한 거실 세트. 까사미아 콜로니 시리즈
▼문을 닫아 놓으면 장식장같은 일체형 주방. 문을 열면 가스레인지 냉장고 싱크대 식탁 등 주방기구 일체가 드러난다. 룸앤데코

인테리어 디자이너 김치호씨는 “젠 스타일로 대변되는 동양적인 스타일과 서양의 앤티크 스타일의 복합이 일어나고 있다”며 “동서양 여러 나라의 스타일을 다양하게 조합해 현대적으로 해석한 스타일이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주5일 근무제가 확산되고 재택 근무자가 늘어날수록 나무 소재를 많이 사용하는 등 집안을 자연과 친숙한 휴식의 공간으로 꾸미는 추세가 확산될 것이라고 인테리어 업체들은 전망했다. (사진제공:행복이 가득한 집)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