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부터 임씨는 ‘글쓰기’에 도전했다. 과학기술부를 그만둔 뒤 영국의 한 대학에서 MBA 과정을 공부하던 그는 과학기술자를 위한 글쓰기 강좌인 ‘테크니컬 라이팅(기술 글쓰기)’을 접했다.
“감(感)이 오더군요. 공식이나 계산에 익숙한 과학기술자에게 글쓰기 부담은 엄청나거든요. 생각을 바꾸니 글쓰기 세계가 열리는 듯했어요. 이공계 대학생이나 과학기술자에게 필요한 능력은 문학적 글쓰기가 아닌 사무적인 글쓰기이기 때문이지요. 약도(略圖)를 그리듯 중요한 사실을 간결하게 표현하는 게 핵심입니다.”
그는 산업자원부가 이공계 대학생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2000년 도입한 ‘공학교육인증제’에 따라 이때부터 영남대 공대에 객원교수로 부임했다. 임 교수의 과목은 ‘의사소통기술’. ‘약도를 그린다고 생각하라’는 그의 글쓰기 원리는 공대생들에게 상당한 관심을 모았다. 지난해 그의 강의를 들은 공대생들은 교수 평가에서 5점 만점에 4.8점이라는 최고 점수를 그에게 주었다.
“미국에서 성공한 기술자 4000명을 조사한 결과 직장에서 가장 중요한 업무능력은 전공보다는 경영학, 테크니컬 라이팅, 창의, 인화, 대화 같은 분야가 50%가량이었습니다. 시사하는 게 크죠. 제안서, 보고서, 기획서, 투자유치서, 제품설명서 등 ‘글’로 자신을 나타내야 할 부분이 굉장히 많아요. 과학기술자가 새로운 개발을 했다면 다른 사람에게 그것의 중요성과 의미를 잘 전달할 수 있어야 합니다.”
기술 글쓰기 사이트(www.tec-writing.com)를 3년째 운영하고 있는 그는 그동안 쌓은 노하우를 정리해 최근 ‘한국의 이공계는 글쓰기가 두렵다’는 책을 펴냈다. ‘글을 못 써 쫓겨난’ 사람이 쓴 책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간결하게(170쪽) 글쓰기에 대해 ‘썼다’.
“한국의 이공계 대학생들이 글쓰기 능력까지 갖춰 몸값을 올리는 날이 올 때까지 기술 글쓰기에 매달릴 겁니다. 글을 잘 쓰는 기술자가 성공한다고 확신합니다.”
대구=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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