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문화]"서울시 공연지원금은 독약"

  • 입력 2003년 2월 27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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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시립미술관에서는 서울시의 무대공연작품 지원사업 연극부문 대상 선정을 위한 인터뷰가 있었다. 60여 극단 단체 대표가 모인 이날 한 대표는 지원금이 1000만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고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예상 제작비가 1억4000만원이어서 1000만원은 도움도 안될 뿐더러 절차만 번거롭다는 것이었다. 뒤이어 두 극단도 같은 이유로 지원금을 거절했다.

어려운 연극계 살림에 1000만∼3000만원의 지원금이 적은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지원금을 거절하는 데는 연극계의 고민이 깔려 있다. 지원금을 ‘나눠먹다’ 보니 지원금에만 의존하는 작은 단체도 생기고 제작도 지원금 수준에 맞추려다가 졸속으로 이뤄진다는 것이다.

게다가 2월에 선정되면 그해에 작품을 무대에 올려야 하는 규정 때문에 극장을 잡지 못해 지원금을 반납하거나 심지어는 3, 4일 공연하고 막을 내리는 경우도 있다. 극단 ‘세실’의 채윤일 대표는 “현재의 지원 제도는 연극계의 독약”이라고 말하기조차 한다.

서울시의 무대공연작품 지원 사업은 그동안 말도 많았다. 기존 문예진흥기금과 별도로 무대 예술을 지원하기 위해 문화관광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공동으로 마련한 이 제도는 ‘소액 다건주의’의 전형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올해는 이런 문제를 개선하겠다는 방침도 나왔으나 막상 결과는 61개 단체가 나눠먹는 ‘소액 다건주의’의 강화로 나타났다. 연극 부문 지원금은 12억원으로 규모는 지난해와 비슷하지만 지원 대상이 지난해 48건에서 61건으로 늘어남에 따라 건당 지원금이 줄었다.

이런 지적이 연극계에서 제기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 올해 4년째를 맞고 있는 이 사업은 1년 단위로 운영되는 행정 시스템에 공연 예술의 창작 행위를 끼워 맞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심사위원이었던 김윤철 교수(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는 “단체의 실적에 대한 평가를 통해 장기간 지원하도록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찬기자 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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