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여만 주는 박물관? 직접 해보는 박물관!

  • 입력 2003년 2월 25일 17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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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집 조립도 하고“체험위주로 돼 있어 우리 아이들이 박물관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질 것 같습니다.” 어린이 민속박물관을 찾은 ‘박물관 박사’ 한의숙씨가 아들 도훈(9) 딸 예은이(3) 와 함께 초가집 모형을 조립하고 있다.권주훈기자 kjh@donga.com
초가집 조립도 하고“체험위주로 돼 있어 우리 아이들이 박물관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질 것 같습니다.” 어린이 민속박물관을 찾은 ‘박물관 박사’ 한의숙씨가 아들 도훈(9) 딸 예은이(3) 와 함께 초가집 모형을 조립하고 있다.권주훈기자 kjh@donga.com
《봄, 봄. 현장체험학습하기 딱 좋은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박물관은 어린이들에게 귀한 체험의 장. 그러나 ‘지겨운 곳’이라는 의식이 뿌리깊은 곳이기도 하다. 우리네 박물관들의 전시구성이 모두 어른들의 눈높이에 맞춰져 있어 그동안 아이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전시내용을 잡담도 없이 꾸역꾸역 둘러본 결과다.국립민속박물관(관장 이종철)이 최근 경복궁 내 민속박물관 건물 바로 옆에 어린이박물관을 연 것은 ‘그저 둘러보는 박물관’이 아니라 ‘직접 만지고 체험하는 박물관’으로 유치원생과 초등학생에게 다가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개관 열흘째를 맞는 어린이 민속박물관과 체험학습이 가능한 다른 박물관들을 살펴본다.》

● 어린이 민속박물관

1층 강의실과 2층 전시실로 모두 134평 규모. 전시실은 제7차 교육과정에 따라 초등학교 사회교과를 반영한 ‘맞춤형’. 상설전시실과 달리 유리관 밖으로 나온 의식주 민속자료를 실제로 만져보고 체험할 수 있다. ‘꽃담 탁본뜨기’ 같은 체험코너도 있지만 ‘풍속화에서 찾아지는 농기구들’ ‘간장 된장 고추장 담가볼까요’ 등은 영상을 이용한 간접 체험코너.

엄마 아빠 여동생과 함께 온 김도훈군(경기 수주초등교 3학년)은 “삼성어린이박물관을 제외하고 유리관이 없는 박물관은 처음”이라며 반가워했다.

봄방학을 맞아 교사와 함께 온 윤수정양(서울대사대부속초등교 2학년)은 “학교에서 배운 고누놀이를 할 수 있고 블록처럼 한옥과 초가집을 조립해볼 수 있어 재미있다”고 말했다.

다듬이질도 해보고(왼쪽)어린이들이 불레 반짓고리 방망이 등 의생활과 관련된 민속자료를 직접 만져보고 있다.
전통 고누놀이에 빠지기도(오른쪽)어린이들이 전통놀이인 고누놀이에 흠뻑 빠져 있다

그러나 다른 학부모 5명과 함께 아이들을 데리고 이곳을 찾은 김형신씨(38·경기 의정부시 녹양동)는 “아이들이 직접 만질 수 있어 좋지만 규모가 작고 볼 게 없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현재는 예약자들이 자유관람하도록 돼 있지만 다음달부터는 1시간반 단위로 30명씩 관람객을 제한해 30분 설명을 들은 뒤 1시간 동안 체험하도록 할 예정.

또 다음달부터는 강의실에서 일요일 오전 10∼오후 1시 ‘가족과 함께 박물관 나들이’교실을 운영한다. 떡살문양을 찍어보는 ‘한국전통문양 여행’을 비롯해 ‘신나는 풍물장단’ ‘이크 이크 택견배우기’ ‘우리 옷 탐구’를 진행한다. 3월 교육은 참가자를 접수중이고 4월 교육은 다음달 3일 접수한다.

이 박물관의 섭외교육과 김미겸씨는 “그동안 학부모와 아이들이 민속박물관을 찾으면 상설전시실의 1관은 그래도 꼼꼼히 보지만 2∼3관은 다리 아프고 지쳐 대충 보는 바람에 기억을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어린이박물관에서는 직접 만져보고 만들어볼 수 있어 확실한 체험학습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 박물관 속 체험학습

다른 박물관 역시 유물 전시장만은 아니다. 다양한 체험학습 강좌를 마련해 놓은 곳도 여럿이다.

국내 최초의 어린이박물관인 삼성어린이박물관(서울 송파구 신천동) 역시 과학 미술 음악 체험 중심 박물관. 전시 교체를 위해 다음달 3일부터 19일까지 정기휴관할 계획이다. 새로 꾸밀 전시물은 ‘동화 속으로’와 ‘워터엑스포 Ⅱ’.‘동화 속으로’에서는 우리의 전래동화 ‘해와 달이 된 오누이’를 내용으로 떡 숫자세기, 호랑이 손 만져보기, 해와 달 되어보기를 체험하며 ‘워터엑스포 Ⅱ’에서는 물펌프와 물길 만들기 과정 보기, 해저탐험 모형 살펴보기, 물총 물호루라기 물로켓의 원리 듣기를 경험한다.

이화여대 자연사박물관에서는 어린이 체험과학 프로그램 ‘자연사교실’을 운영한다. 유치원생과 초등학생들이 이번 봄학기(3∼5월)에는 ‘물 도넛 만들기’ ‘간이 콘덴서 만들기’등 과학실험을 통해 과학적 원리를 공부한다.

경희대 자연사박물관에서는 야외 자연관찰 강좌인 ‘환경교실’을 연중 연다. 야생화를 보고 봄나물을 캐는 ‘봄 들꽃 그리고 허브’(4월 20일 경기 가평군)를 시작으로 ‘비무장지대 철새탐조’(12월14일 강원 철원군) 등 11가지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대구지하철 방화참사 이후 학부모들의 문의 전화가 부쩍 늘은 서울시민안전체험관(서울 광진구 능동 어린이대공원 정문 옆) 역시 어린이들이 각종 재난을 체험하고 위기 대처 능력을 키울 수 있는 곳. 다음달 6일 공식개관을 앞두고 무료 운영하고 있다.

● 박물관 견학법

김도훈군의 어머니 한의숙씨(39·경기 부천시 고강동)는 아들이 다섯살 때부터 함께 박물관 40∼50곳을 견학한 ‘박물관 박사’. 그는 최근 펴낸 ‘박물관견학이 공부 잘하는 아이를 만든다’(오상)에서 박물관 견학의 효과와 방법, 자녀의 견학문 쓰기 지도법을 소개하고 있다.

한씨가 제안하는 견학 방법은 △입구에서 팸플릿을 받은 다음 아이와 함께 박물관 구조를 한번 훑어본다 △메모장에 느낀점이나 의문점을 적도록 지도한다(유물 앞에 쓰인 설명은 팸플릿이나 인터넷에 나와 있는 내용이므로 이를 베끼는 것은 의미가 없다) △박물관을 배경으로, 혹은 아이가 흥미를 보인 유물이 나오도록 아이를 사진촬영한다 △견학문을 작성할 때는 대화법으로 글쓰기를 지도한다(아이가 글을 모르면 아이에게 느낀 점을 물어보고 적어준다).

어린이 민속박물관과 관련해 그는 “체험위주로 돼 있어 우리 아이들이 박물관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질 것 같다”며 “유치원생이나 초등 저학년생은 이것저것 만져보게 하고 고학년생은 설명까지 읽도록 하는 등 눈높이에 맞는 견학을 유도하라”고 조언했다.

박물관 속 체험학습
박물관체험학습(대상)참가자 접수
국립민속박물관 어린이박물관(www.nfm.go.kr)일요일 ‘가족과 함께 박물관 나들이’(초등학생이 있는 가족)3월 교육-접수 마감4월 이후 교육-전월 첫째주 월요일 접수 02-734-1341
삼성어린이박물관(www.samsungkids.org)3월23일, 30일 ‘골판지 도장’(5세 이상)3월23일 1인극 ‘화가 이응로 이야기’ 공연(6세 이상)3월30일 동화감상 ‘와! 이야기 세상이다’(4세 이상)인터넷 사전예약 후 방문02-2143-3600
이화여대 자연사박물관(home.ewha.ac.kr/∼nhm)체험과학 프로그램 ‘자연사교실’ 봄학기 (유치원생과 초등생)회원- 유치부 3월3일, 초등 1∼2학년 4일, 초등 3∼5학년 5일비회원-6일 02-3277-3155
경희대 자연사박물관(nhm.khu.ac.kr)야외 자연관찰 강좌 ‘환경교실’(초등생)각 행사 2주 전 80명 선착순02-961-0143
서울시민안전체험관(safe119.seoul.go.kr)가상의 화재 지진 붕괴사고 풍수해 등 재난 체험(시민 어린이)인터넷이나 전화로 이틀 전 예약02-2049-4000

김진경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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