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문화재'…유물 14점 국가에 귀속된 뒤 행방불명

  • 입력 2003년 2월 17일 18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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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6년 5월 고고미술 7호’에 실려있는 경남 창녕군 술정리 동3층 석탑의 청동잔형 사리 용기. -사진제공 국립문화재연구소
‘1966년 5월 고고미술 7호’에 실려있는 경남 창녕군 술정리 동3층 석탑의 청동잔형 사리 용기. -사진제공 국립문화재연구소
38년 전 경남 창녕군 술정리 동3층 석탑(국보 제34호·일명사지 석탑)에서 발견된 사리함 등 유물 14점이 깜쪽같이 사라진 것으로 알려져 문화재 관리의 허점이 노출됐다.

1965년 말 술정리 동3층 석탑의 보수공사 도중 사리용기와 사리병 등 불교 문화재 14점이 발견돼 국가에 귀속됐으나 국립중앙박물관은 그 유물들의 행방을 알 수 없다고 밝힌 것.

당시 발견된 문화재는 청동잔형 사리용기, 유리제 황담색 사리병, 유리제 원형소품, 향나무, 오색구슬 등. 문화재청은 이 유물들이 국가에 귀속돼 66년 덕수궁 미술관에 소장됐다가 3년 뒤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옮겨졌다고 말했다.

국보 34호 술정리 동3층 석탑. - 동아일보 자료사진

그러나 박물관측은 “당시 이관될 때 해당 유물들이 포함돼 있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어 두 기관이 유물의 소재도 파악하지 못한 채 책임만 미루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사실이 밝혀진 것은 문화재 연구가인 윤광수씨(44·경남 김해시)의 집요한 추적 덕분. 전국의 탑을 답사, 연구해온 그는 지난해 10월 한 스님으로부터 사리함의 행방이 묘연하다는 말을 듣고 관련 기록을 뒤져 문화재청과 국립중앙박물관에 문의했으나 사리 용기가 어디에 소장돼 있는지 알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윤씨는 개인 홈페이지(www.stupa.co.kr)에 ‘사리함을 찾습니다’라는 공고를 올리고 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회와 함께 ‘문화재 찾기 운동’에 나섰다. 문화연대 황평우 전문위원은 “이번 사건은 국가가 소장하고 있는 문화유산도 체계적으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는 허술함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이중으로 된 기단 위에 3층의 탑신을 쌓은 전형적인 신라 석탑. 규모와 조각 기법면에서 불국사 석가탑과 비교될 만큼 우수하다. 통일신라 전성기인 8세기 중엽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탑을 동탑(東塔)이라고 한 것은 술정리에 탑이 2개가 있기 때문. 이 탑에서 약 2㎞ 떨어진 곳에 서탑이 있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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