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키워요]“때려봤자 아무 소용 없어요”

  • 입력 2003년 2월 11일 18시 13분


코멘트
우리나라 사람들은 싱가포르와 같이 매로 시민을 다스리는 국가에 대해 혀를 차면서도 어른들이 어린이를 매로 다스리는 것에 대해서는 그리 잘못된 것으로 느끼지 않는다.

가정과 학교에서 부모와 교사가 자녀와 학생을 통제하고 훈육하기 위해 체벌이 사용되는 것을 용인하는 분위기이다.

부모가 자녀의 잘못을 고치기 위해 매를 드는 것이나 교사가 학생 지도상 체벌을 사용하는 것을 용인하는 것은 국가는 시민에게 태형으로 다스려서는 안되지만 어른들은 어린이를 체벌로 다스릴 수 있다는 우리 사회 어른들의 아동에 대한 차별의식을 읽을 수 있다. 아동은 현대사회의 시민이 아니라는 어른들의 인식을 알 수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실제로 있었던 예를 들어 생각 해보자. 어느 대학에서 학생과 교수가 주차 문제로 실랑이를 벌였다. 그런데 학생의 버릇없음에 화가 난 교수가 학생을 때렸다고 해서 특히 논란거리가 되었었다. 그때, 학생에 대한 교수의 행동은 폭행으로 여겨졌다.

만일 이 사건이 교사와 중고등학교 학생 사이에서 일어났었다고 가정해보자. 교사가 학생을 때린 행동은 훈육의 한 형태로서 정당화되었을지도 모른다. 우리 어른들이 어린이들을 얼마나 불공정하고 불평등하게 대우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우리나라 중고등학생만 보더라도 중학생들이 더 많이 맞는 경향이 있다. 나이가 어릴수록 체벌 빈도가 높은 것을 보면 약한 어린이일수록 어른들로부터 더 무시당하는 경향을 읽을 수 있다. 어른들의 세계에서라면 당연히 폭력이라고 할 수 있는 행동이 교사의 행동이기 때문에 빈번히 용인되고, 정당화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가정에서는 또 어떠한가? 요즈음 젊은 부모들은 소위 민주적인 자녀 양육법을 낯설어 하지 않는다.

이제 우리나라 부모들도 부모의 권위를 내세우기보다는 자녀와 눈높이를 맞추고, 자녀를 인격적으로 대하는 데 익숙해지고 있는 것 같다. 부모가 자녀에게 매를 든다는 것은 매우 특수한 경우에 해당될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아직도 자녀들에게 매를 드는 부모들이 많다. 부모이기 때문에 자녀를 훈육하기 위해서 매로 다스리는 일은 용인될 수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그러나 매로 기대하는 효과는 임시적일 뿐, 지속되지 못한다. 매의 장기적 결과는 어린이의 자존감을 약화시키고, 정서적 위축을 가져온다.

위축된 아동이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는 없다. 자제력이 약한 어린이는 체벌을 통해 잘못된 행동을 반성하여 양심을 발달시키기보다는 오히려 폭력을 배우기 쉽다. 무엇보다도 해로운 것은 어린이들 자신이 사람들을 존중하는 마음을 배울 수 없게 되는 것이다.

6개월간 부모에게 매 맞은 횟수
연령횟 수1-2세 3-5세초등 저학년초등 고학년중학생고등학생전 체
소계소계 소계 소계 소계 소계 총계
0회157(30.7)523(24.1)408(19.0)413(24.3)1,867(71.2)1,747(82.6)5,205(45.7)
1-2회 172(33.7)952(43.9)1,135(52.7)970(57.0)570(21.7)279(13.2)4,105(36.0)
3-4회110(21.5)464(21.4)407(18.9)227(13.3)126(4.8)63(3.0)1,402(12.3)
5-6회66(12.9)218(10.1)195(9.1)89(5.2)57(2.2)22(1.0)650(5.7)
7회 이상6(1.2)12(0.6)8(0.4)3(0.2)4(0.2)5(0.2)38(0.3)
511(100.0) 2,169(100.0)2,153(100.0)1,702(100.0)2,624(100.0)2,116(100.0)11,400(100.0)

이옥 (덕성여대교수·아동학)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