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패스트푸드 괜찮나"…살찌는 '건강 걱정'

  • 입력 2003년 2월 9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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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미국 연방법원은 패스트푸드 때문에 살이 쪘다는 10대 2명이 맥도널드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번 소송에서는 패스트푸드 회사가 이겼지만 이런 상태가 계속 간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맥도널드는 1990년 영국 런던의 그린피스와 소송전이 붙어 일진일퇴의 상황을 연출했다. 이후 유럽과 미국 등에서는 시민단체, 학부모 단체 등이 패스트푸드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안 먹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강건너 불’이지만 경고의 사인은 나오고 있다.》

성균관대 의대 가정의학과 박용우 교수는 “5년 전에는 10, 20대 가운데 체중이 130㎏ 이상인 거대 비만 환자가 극히 드물었지만 요즘은 눈에 띄게 늘어났다”면서 “거대 비만아는 대부분 육류 위주의 식사에 패스트푸드와 탄산음료를 즐겨 먹는다”고 말했다.

의사들은 패스트푸드와 탄산음료의 대표적 해악으로 비만과 당뇨병, 고혈압, 심장병 등 각종 성인병을 유발한다는 점을 꼽는다.

▽“우리가 무슨 죄”=의사들의 이런 지적에 대해 식품업체들은 펄쩍 뛴다. 비만은 다양한 원인으로 생긴다는 것이다.

맥도널드사의 대변인인 월트 라이커는 “비만은 운동량이 점점 줄고 있는 생활 방식과 폭음 폭식을 즐기는 식생활 등 다양한 원인 때문에 생긴다”고 반박했다.

패스트푸드 회사들은 매일 자신이 먹을 음식의 종류와 양을 선택하는 것은 개인의 책임이며 패스트푸드도 적당히 먹으면 괜찮다고 강변한다.

▽의료계의 반박=패스트푸드 업체의 주장에 대해 의료계에서는 반대 의견이 많다. 요즘에는 의학자들이 패스트푸드의 중독성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영국의 다국적기업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이 개발한 금연치료제 ‘자이반’이 비만 치료에 효과가 있는지 3단계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이는 패스트푸드도 담배처럼 중독성이 있다는 것이 전제로 깔린것이다.

울산대 의대 신경과 김종성 교수는 “패스트푸드와 스낵류 등 단 음식들은 중독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스낵과 사탕 등 단 것을 먹으면 인슐린의 과다 분비→혈중 포도당의 분해→저혈당→허기를 느끼는 단계를 거쳐 정서가 불안해지며 이 때문에 스낵 설탕 등을 찾는 악순환에 빠진다”고 설명했다.

최근 미국 워싱턴대와 록펠러대 등의 과학자들은 패스트푸드가 체내에서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렙틴 호르몬의 분비시스템을 변화시켜 식욕 억제 작용을 어렵게 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 때문에 패스트푸드가 별로 포만감을 주지 않으면서 많은 열량을 섭취하게 해 이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 금방 살을 찌게 한다는 것. 한식은 한끼를 푸짐하게 먹어도 700Cal 정도밖에 안되지만 패스트푸드는 한 세트만 먹어도 1000Cal를 훌쩍 넘는다.

성균관대 박용우 교수는 “미국에서는 주로 교육 수준이 낮은 흑인이나 히스패닉계가 패스트푸드를 많이 먹어 비만이 된다”고 설명했다.

▽영업전략도 한몫?=식품 회사의 ‘고객 유인 전략’도 비만 증가에 기여하고 있다.

우선 빅사이징 전략. 식품 회사들은 고객들을 유인하기 위해 빅 사이즈 제품을 앞다퉈 개발했다. 이에 따라 1957년 210Cal였던 햄버그는 현재 600여Cal, 170Cal였던 극장의 팝콘은 현재 900Cal로 늘어났다. 또 1894년 79Cal였던 코카콜라 한 병은 현재 250Cal로 늘었다.

여기에다 세트로 싸게 파는 것도 소비자들이 더 많은 열량을 섭취하도록 만들고 있다.

대량생산으로 인한 저렴한 가격, 맞벌이 부부의 증가 등도 패스트푸드의 확산을 부채질하고 있다. 영국에선 1984년에서 93년까지 패스트푸드 음식점 수가 2배로 늘어났는데 동시에 성인의 비만율도 2배로 증가했다.

▽숨겨진 해악들=패스트푸드를 먹으면 고단백질의 대사과정에서 칼슘이 빠져 나간다. 또 탄산음료의 인산염을 과잉 섭취하면 몸에 필요한 칼슘 아연 철분 등이 몸 안에 흡수되지 않고 빠져나가서 뼈엉성증(골다공증) 등 각종 질환이 생길 수 있다.

또 탄산음료를 많이 마시면 치아의 가장 바깥 부분인 사기질의 경도가 떨어지고 충치가 생기기 쉽다는 것은 치과의사들 사이에서는 정설이다.

이에 대해 음료회사들은 “음료수가 입에 들어가도 침이 중화하고 곧바로 목구멍으로 넘어가기 때문에 치아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반박하지만 치과의사들은 환자 중에는 콜라나 사이다 때문에 이가 상한 사람이 숱하다고 말한다.

패스트푸드만 먹으면 아이의 뇌발달이 저해된다는 가설도 있다.

김종성 교수는 “맛을 느낄 때에는 뇌에서 눈확이마엽이 활성화되는데 이 부위는 기억, 감정과 연관이 깊다”면서 “뇌가 발달하는 6세 이전에 다양한 맛의 음식을 먹으면 이 부위가 자극돼 지능과 정서 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왜 단맛을 좋아할까▼

사람은 왜 어릴 적부터 단 것을 좋아할까. 왜 단 것은 찾고, 쓴 것은 뱉어 ‘감탄고토(甘呑苦吐)’란 한자성어까지 생겼을까.

해석은 분분하다.

몇몇 진화론자들은 “인류의 진화과정에서 맛은 상한 음식을 가리는 과정이었고 단맛은 가장 안전했다”고 설명한다.

상당수 과학자들은 “뇌는 태어나서 6세 경까지 급속히 발전하는데 이때에 당분, 지방 등이 필요하며 이들 성분이 많은 음식은 대부분 단맛을 낸다”고 풀이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에너지 보존설’이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인류는 수렵 채취 시대 때부터 오랜 기간 음식이 없을 때를 대비해서 몸 안에 에너지를 저장하는 시스템을 고도로 발전시켜 왔다.

에너지를 인체의 창고에 잘 저장했다가 음식이 없을 때 조금씩 쓸 줄 아는 사람은 생존했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낙오했으며 이 능력은 후손에게 대물림됐다.

그런데 음식을 배불리 먹는다고 모두 에너지로 이용되거나 에너지원으로 저장되는 것은 아니다.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비타민, 무기질, 물의 6대 영양소 중 앞의 세 가지만 열량을 내고 에너지원으로 저장된다.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이 풍부한 음식은 대부분 단맛을 낸다. 따라서 단맛을 좋아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미국의 언론인 에릭 슐로서는 지난해 발간된 ‘패스트푸드의 제국’을 통해 “패스트푸드 업체들은 음식에 풍미를 결정하는 감미료를 넣어 단맛을 강화한다”면서 “사람들은 어릴 때 익숙해진 ‘편안한 음식’을 찾기 쉬우며 이 때문에 계속 단 것을 찾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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