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은 대중품으로, 대중은 미술속으로

  • 입력 2003년 1월 30일 17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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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자료사진                               사진제공 서울옥션
동아일보 자료사진 사진제공 서울옥션
미술이 생활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 10만명 이상 관람객들이 몰리는 블록버스터형 전시가 터지는가 하면 신입사원 연수 프로그램에도 미술 강좌가 포함된다. 미술관련 책들도 쏟아져 나오고 있으며 점심시간이나 퇴근길에 갤러리에 들르는 직장인들도 늘고 있다.

블록버스터형 전시의 대표적인 사례는 밀레와 로댕전. 관람료가 1인당 8000∼9000원이나되는데도 두 전시 모두 지금까지 각각 1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12월14일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개막한 밀레전은 평일은 2000여명, 주말에는 3000여명의 관람객이 몰리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특별한 유명작이 없어 ‘소문만 무성한 잔칫집’이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았지만 관람객들의 열기는 그칠 줄 모른다. 일요일에 아이들과 함께 미술관을 찾았다는 주부 김영미씨(44)는 “유명작이 있든 없든 평소 미술교과서로만 접하던 거장의 작품을 원화로 본다는 그 자체가 감동적이었다”며 “실제로 작품을 보니, 그림 속 인물의 눈동자가 유난히 맑고 선명한 것이 인상적”이라고 평했다.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고 있는 로댕전도 지난해 12월17일 개막이후 평일에는 2000여명, 주말에는 무려 5000여명이 몰린다. 2월26일 폐막까지 약 15만명이 관람할 것이라는 게 주최측 추산. 전시기획을 맡은 이혁발씨는 “지금까지 로댕전이 세 번이나 열렸기 때문에 솔직히 기대를 별로 하지 않았는데 뜻밖의 반응에 놀라고 있다”며 “위대한 조각가의 진품 작품을 보러 온다는 관람객들의 기대가 대단하다”고 전했다.

이런 명품전이 아니더라도 국내 작가와 큐레이터의 기획전도 상당한 성공을 거두고 있다. 갤러리 현대가 어린이 교육용으로 마련한 프린스 & 프린세스전에는 개막(7일) 후 3주만에 3만5000여명이 다녀갔다. 설 연휴가 지나면 5만여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미술전에 대한 관심은 다양한 방식으로 생활 속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은 신입행원 연수프로그램에 미술 등 문화체험 프로그램을 넣었다. 이들은 한 달 과정의 연수기간 중 성곡미술관 큐레이터 신정아씨의 특강 ‘현대미술의 이해’를 들은 데 이어 미술관으로 단체관람을 다녀왔다. 그동안 은행 실무위주로 꾸며졌던 프로그램을 감성과 인성개발 쪽으로 바꾸면서 미술관 체험을 기획했다는 것이 주최측 설명.

미술품을 전시장에 국한할 것이 아니라 아예 실내 인테리어 개념에 도입한 경우도 있다. ㈜서울옥션이 추진하는 ‘그림이 있는 집’ 프로젝트가 바로 그것. 아트 컨설턴트가 직접 고객의 집을 방문해 집 분위기와 취향에 맞게 고객이 원하는 컨셉트에 따라 집 분위기에 어울리는 미술품 컨설팅을 해준다. 또 집에 어울리는 설치 미술을 작가가 직접 제작, 설치하는 맞춤식 형태로 진행하기도 한다.

최근 쏟아져 나오는 미술 책들도 미술 대중화의 또 다른 사례.

교보문고 예술분야 매장에서 7년 동안 일하고 있는 한재숙씨는 “96년만 해도 100여종에 불과했던 미술책들이 지금은 300여종에 달한다”며 “처음에는 화집이나 미술사를 찾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화가의 삶과 사상을 다룬 책들을 많이 찾고 있고 최근에는 사진관련 책들도 많이 나간다”고 말했다. 이런 경향을 반영해 출판사들도 앞다퉈 미술관련 책을 펴내고 있으며 ‘다빈치’나 ‘아트북스’처럼 아예 미술전문출판사를 표방한 곳도 있다.

미술관들도 퇴근 후 직장인들이 찾을 수 있도록 폐관시간을 늦추거나 점심 시간을 틈낸 특별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다가가고 있다. 서울 광화문 일민미술관은 오후 9시까지(토요일 오후 7시) 문을 열고 있으며, 호암미술관, 로댕갤러리, 아트선재센터도 주1회 목요일은 평소보다 3시간 연장해 오후 9시 폐관한다. 낮 12시 간단한 음식과 함께 작품설명회를 마련해온 서울 안국동 사비나미술관에도 직장별 단체 이용자들의 문의와 참여가 높다.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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