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526>除夕 (제석)

  • 입력 2003년 1월 28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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除 夕(제석)

除-제할 제 夕-저녁 석 豊-풍성할 풍

警-경계할 경 歲-해 세 拜-절할 배

우리 조상들은 ‘始作’(시작)을 무척 중시하였다. 그래서 하루가 시작되는 새벽을 경건하게 맞이했는가 하면 한 해가 시작되는 정월 초하루를 성스럽게 여겨 이 날만큼은 德談(덕담)을 나누고 한해의 시작을 축하하였다. 그 뿐인가. 농사의 첫 삽을 뜨기 시작하는 계절인 봄 또한 그 해의 豊凶(풍흉)을 결정짓는 때라 하여 더 없이 신경을 썼다. 始作이 지니고 있는 상징적인 의미 때문이다. 매사에 있어 ‘시작이 좋아야 끝도 좋다’고 여긴 탓이다.

당연히 산뜻한 출발 못지 않게 원만한 마무리도 중시하였으니 ‘有終(유종)의 美(미)’는 늘 강조되던 警句(경구)였다. 그래서 하루를 마감하는 밤은 그 날 있었던 일을 총 정리했는가 하면 스스로를 돌아보고 혹 부족함은 없었는지 反省(반성)을 했다. 그러니 한 해를 마감하는 섣달 그믐이야 오죽했겠는가. 새해를 잘 맞이하기 위해서는 묵은 해도 잘 마무리지어야 한다고 여겼던 것이니 이번에는 ‘끝이 좋아야 시작도 좋다’고 여겼던 것이 아닐까.

우리 조상들은 그 섣달 그믐을 ‘除夕’이라 하여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일명 ‘除夜’(제야)라고도 했는데 夕과 夜가 비슷한 뜻이니 풀이하면 ‘덜리는 밤’이라 하겠다. 매년 이날이면 여러 가지 세시풍속이 따랐는데 먼저 볼 수 있는 것이 守歲(수세)다. 즉 민간에서 집안 곳곳에다 등촉을 밝히고 밤을 세었던 것을 말하는데 일명 別歲(별세)라고도 하며 순수 우리말로는 ‘해지킴’이다. 이날 잠을 자면 눈썹이 센다는 俗說(속설)이 있어 남녀노소가 화로불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옛날 이야기를 하고 고구마를 구워먹으면서 닭이 우는 새벽까지 밤을 세웠던 것이다. 어렸을 적 쏟아지는 잠을 억지로 참다 쓰러져 잤던 기억이 많다.

또 舊歲拜(구세배·묵은세배)의 풍습이 있었다. 즉 이 날을 ‘작은 설날’이라 하여 한 해가 무사히 간다는 뜻으로 사당에 절을 하거나 어른들에게 세배를 올렸다. 한해 동안의 모든 거래를 깨끗이 청산하는 관행도 있었다. 그래서 밤늦게까지 빚을 받으러 다니곤 했는데 일단 자정을 넘기면 정월 보름까지는 빚 독촉을 하지 않는 것이 상례였기 때문이다.

그런 守歲의 풍습도 이제는 현대식으로 바뀌었다. 청춘남녀가 길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종로의 普信閣(보신각)에서는 佛家(불가)의 33天을 뜻하는 33번의 打鐘(타종)이 있다. 이름하여 ‘除夜의 鐘’이다. 壬午年(임오년) 한 해가 저물고 있다.

鄭錫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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