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와라 오페라단의 '라트라비아타' 3월 내한공연

  • 입력 2003년 1월 19일 17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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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내한 공연을 앞두고 있는 일본 후지와라 오페란단의 ‘라 트라비아타’ 공연. 일본 오페라단의 한국 공연은 광복 이후 58년만이다.사진제공 일본 오페라진흥회
3월 내한 공연을 앞두고 있는 일본 후지와라 오페란단의 ‘라 트라비아타’ 공연. 일본 오페라단의 한국 공연은 광복 이후 58년만이다.사진제공 일본 오페라진흥회

광복 58년만에 처음으로 일본을 대표하는 오페라단이 국내 무대에 선다.

올해 3월 일본 오페라진흥회 산하 후지와라 오페라단(藤原歌劇團)이 한국오페라단과 공동제작으로 ‘라 트라비아타’를 선보이는 것. 클래식 음악 분야는 그동안 한일간의 소규모 교류는 있었으나 150여명의 일본 스태프가 대거 참여하는 대규모 공연을 한일 양국이 함께 추진하기는 처음이다. 3월 내한을 앞두고 있는 후지와라 오페라단의 ‘라 트라비아타’ 공연을 미리 봤다. 이 공연은 18일 일본 도쿄(東京) 붕카무라(文化村) 오차드 홀에서 열렸다.

이날 공연에는 제르몽 역에 세계적인 바리톤 레나토 브루손을 비롯, 주인공 비올레타 역에 이탈리아 성악계의 신예로 떠오르고 있는 소프라노 스테파니아 본파델리, 알프레도 역에 테너 세자르 카타니 등 세 명의 이탈리아 성악가가 출연했다. 무대 규모는 크지 않았으나 공간을 짜임새 있게 활용해 19세기 유럽 귀족 사회의 화려함을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표현했다.

오차드 홀은 오페라 전용극장이 아니어서 음향이 완벽하지 않았으나 울림이 적어 브루손의 호소력있는 음성은 잘 전달됐다. 브루손은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 등 세계 정상의 무대에서 주역으로 활동해왔으며 필립스사의 ‘리골레토’ 전곡 CD에서 타이틀 롤을 맡는 등 세계 성악팬에게 친숙한 바리톤. 이날 67세의 나이에도 아직 녹슬지 않은 목소리는 팬들을 매료시켰다. 아들에게 돌아올 것을 호소하는 2막의 유명한 아리아 ‘프로벤자 내 고향으로’를 부른 뒤에는 박수가 이어졌다.

도쿄 교향악단의 연주도 차분하고 깔끔한 연주로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지휘자 히로카미 준이치(廣上淳一)는 크고 화려한 손동작으로 시선을 끌었다. 1984년 키릴 콘드라신 국제청년지휘자 콩쿠르에서 우승한 뒤 국제무대에서 주로 활동해 온 그는 베를린 방송교향악단, 이스라엘 필하모니 관현악단, 런던 교향악단의 지휘자로 초청돼 평단의 극찬을 받았다. 공연 후 무대 뒤에서 기자를 반갑게 맞이한 그는 “3월 한국 공연이 무척 기대된다”며 “이 공연을 계기로 양국 문화교류의 물꼬가 터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후지와라 오페라단은 일본 오페라 진흥회의 중심축을 이루고 있는 오페라 단체로 1934년 테너 후지와라 요시에(藤原義江)가 설립했다.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이 오페라단은 도쿄 니키카이(二期會)와 쌍벽을 이루는 오페라 공연단체로 1990년부터 매년 1월 ‘라 트라비아타’를 무대에 올려왔으며 안젤라 게오르규 등 세계적인 성악가들이 이 오페라단의 무대에 섰다.

설립 때부터 후지와라가 주연을 맡는 오페라를 공연하다보니 자연스레 테너 중심의 이탈리아 오페라를 주 레퍼토리로 삼고 있다. ‘라 트라비아타’만 30회 이상 공연한 베테랑 팀이다. 후지와라 오페라단이 일본 창작 오페라가 아닌 정통 이탈리아 오페라를 갖고 외국 무대에 서는 것은 3월 한국 공연이 처음이다. 일본오페라진흥회 홍보담당 에가미 유코(江上優子)씨는 “역사적 의미를 갖는 무대인만큼 후지와라가 가장 자신있게 선보일 수 있는 작품을 레퍼토리로 삼았다”고 말했다

한국공연에서는 소프라노 디미트라 테오도슈, 테너 박기천이 코리안심포니 교향악단의 음악에 맞춰 공연을 펼친다. 테오도슈는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와 여러 차례 협연했으며 베르디 오페라에 장기를 지닌 그리스 소프라노. 박기천은 독일 프라이부르크 칼스루 음대를 졸업하고 현재 유럽에서 활동 중인 국내 정상급 테너다.

공연은 28∼30일 서울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다. 예술의 전당이 오페라하우스 개관 10주년을 기념해 자체 제작하는 ‘라 트라비아타’도 비슷한 시기(3월 15∼21일)에 열릴 예정이다.

도쿄〓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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