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비실비실 무좀균 겨울에 잡자

  • 입력 2003년 1월 12일 17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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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안산시에 사는 이모씨(32·회사원)는 지난해 여름 무좀으로 고생한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쓴웃음이 나온다. 가려움과 진물이 끊이지 않던 발가락 부위 증세가 지금은 한결 나아졌다. 그러나 ‘왕무좀’으로 소문난 이씨는 겨울이라도 회사 동료들에게는 기피대상이다. 주위 사람들은 이씨가 신었던 슬리퍼조차 멀찌감치 피할 뿐만 아니라 수시로 손은 깨끗이 씻었는지 물어본다. 전체 인구의 10%는 이씨처럼 무좀으로 고생하고 있다. 또 무좀 환자 열 명 중 4명은 발무좀으로 고생한다. 20∼40대가 가장 많고 소아도 드물게 무좀이 발생한다. 무좀 환자 4명 중 한명은 가족 중에 무좀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뇨병 환자는 무좀 때문에 발이 썩어 잘라내는 수술을 받기도 한다. 건국대 의대 피부과 안규중 교수는 “난방이 잘 되는 생활환경 때문에 겨울철에도 무좀균의 활동이 줄지 않고 있다”며 “겨울에도 무좀 환자 수는 여름 때 찾아오는 환자의 절반 이상은 된다”고 말했다.》

▽무좀이란=무좀은 ‘피부사상균’이라는 곰팡이 감염증. 피부사상균은 피부의 겉부분인 각질층이나 모발 손톱 발톱 등에 침입해 기생하면서 피부병을 일으킨다. 목욕탕 수영장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공동으로 사용되는 빗, 발판, 슬리퍼 또는 마룻바닥에 환자로부터 떨어져 나온 때나 각질에 숨어있다가 다른 사람에게 옮는다. 발생 부위에 따라 머리에 생기면 두부백선, 얼굴이나 몸통에 생기면 안면 및 체부백선, 사타구니에 생기면 완선, 손발에 생기면 수족부백선, 손톱 발톱에 생기면 조갑백선 등으로 불린다.

▽왜 겨울인가=무좀이 가장 좋아하는 환경은 37도의 온도, 축축한 환경과 영양분이다. 여름엔 이 세가지가 모두 충족돼 무좀균의 번식이 왕성해져 무좀과의 한바탕 전쟁을 치르게 된다.

건조한 겨울에 무좀균은 번식력이 떨어져 여름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균이 피부 속에 숨어 지낸다. 따라서 면역이 떨어진 균을 박멸하기엔 여름보다 겨울이 더욱 좋다. 연세대 의대 신촌세브란스병원 피부과 정기양 교수는 “무좀에 잘 걸리는 사람은 주로 따뜻하고 습도가 높은 곳에서 근무하거나 땀이 많이 나고 비만한”사람이라며 “이 밖에 당뇨병이나 백혈병 환자, 스테로이드제제나 면역억제제 복용자 등도 무좀으로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들은 한 번 무좀이 걸리면 오랜동안 고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겨울에 숨어있는 무좀균을 없애면 여름이 돼서도 덜 고생한다”고 말했다.

▽치료=가벼운 증세는 항진균제 연고를 6∼8주 정도 꾸준히 사용하면 완치할 수 있다. 하루 중 일을 끝마치고 집에 돌아온 저녁에 바르는 것이 좋다. 해당 부위를 비누와 물을 사용해 깨끗이 씻은 다음 헤어드라이어로 물기를 없앤 후 바른다. 연고를 바를 때는 무좀이 생긴 부위뿐만 아니라 주변 정상부위도 포함시켜 넓게 발라준다.

손발톱 무좀과 두부백선 또는 감염부위가 너무 클때는 처방전을 받아 약을 먹는 것이 좋다. 한국 노바티스의 ‘라미실’과 한국 얀센의 ‘스포라녹스’ 등이 대표적인 약품. 라미실은 하루에 한 번, 스포라녹스는 하루에 두 번 복용한다. 발무좀의 경우 1∼2주 정도면 충분히 낫고 손발톱 무좀은 3개월 정도 걸린다.

세인트 피부과 김성완 원장은 “바르는 약의 경우 한두번 바른뒤 가려움증이 해소됐다고 생각해 치료를 그만두는 환자가 많다”며 “무좀균은 피부 속에 숨어 있기 때문에 각질층까지 약이 침투하는데는 시간이 걸리므로 환자의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예방=겨울에 열심히 치료했는데도 여름에 또 무좀이 발생했다면 이는 재발이 아니고 다른 사람에 의해 재감염된 것이다. 재감염을 막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청결과 건조. 발은 매일 깨끗이 씻고 물기를 말끔히 제거한다. 발에 땀이 많은 사람은 면양말 외에 발가락 양말을 신어도 좋다. 무좀은 집단 생활 속에서 잘 전염된다. 여러 사람이 맨발로 마루를 걸어 다니는 곳에서는 반드시 양말을 신는다. 공중 목욕탕에 다녀 온 후에도 집에서 발만은 다시 한번 씻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눈길을 걷거나 스키나 스노보드 등을 즐긴 후 발이 젖었을 때도 즉시 마른 양말로 갈아 신고 신발은 통풍이 잘 되는 곳에 벗어둔다. 집안 식구 중 무좀 환자가 있을 때는 양말은 따로 세탁하며 실내화도 여러 사람이 함께 쓰는 것은 피한다.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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