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술을 약같이"…건강음주, 심장병 예방

  • 입력 2003년 1월 5일 17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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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주 삼아 한 두 잔 마시는 술은 더 없는 보약이다 . 그러나 여기에서 멈추지 못해 독으로 변하는 경우가 많아 음주는 ‘판도라의 상자 ’라고도 불린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반주 삼아 한 두 잔 마시는 술은 더 없는 보약이다 . 그러나 여기에서 멈추지 못해 독으로 변하는 경우가 많아 음주는 ‘판도라의 상자 ’라고도 불린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약은 어떻게 복용하느냐에 따라 사람을 살리기도 죽이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술도 ‘양면(兩面)의 칼’과 같아서 어떻게 마시느냐에 따라 약이 되기도 독이 되기도 한다.

30여년간의 연구를 통해 적절한 음주는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하루 한 두 잔의 와인이나 맥주, 위스키 등을 마시는 것은 최선의 심장병 예방법이다. 이 같은 음주 습관은 저지방 식사, 살빼기는 물론 격렬한 운동보다도 더 효과적이다. 적절한 음주는 뇌중풍, 치매에 걸릴 위험은 물론 당뇨병 등으로 인한 혈액 순환 장애로 다리 절단 수술을 받을 위험을 감소시킨다.

그러나 적당한 음주가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유방암 발생률을 약간 올리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 자칫해서 과음으로 빠지면 온갖 질병의 원인이 된다.

30여년 전 보건 공무원들은 술이 이롭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보건 정책 당국자들은 적당한 음주를 의사와 환자가 신중히 결정해서 선택할 건강 증진법의 하나로 인정하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실시한 연구에서 적당히 술을 마시는 사람은 금주자보다 심장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혀서 생기는 심장병 발병률이 훨씬 적고 더 건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같이 심장병이 최대 사망원인인 나라에서는 술을 적당히 마신다는 것은 곧 생존율의 연장으로 이어진다.

보스턴보건대의 커티스 엘리슨 박사는 “술의 효능을 입증할 과학 연구는 수 백개가 넘는다”면서 “술의 장점은 이제 과학적인 진실”이라고 말했다.

동물실험에서는 알코올이 심장혈관을 좁히는 것을 방지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 몇 달 동안 적절히 술을 마시면 혈청(血淸)의 지방이 줄어 심장병 예방 효과가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미국에서 여성 8만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적절하게 술을 마시는 여성은 비음주자에 비해 심장병 발병률이 절반이었고 심지어 날씬하거나 담배를 피우지 않거나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비음주 여성보다도 심장병 발병률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처음에 음주의 효능을 강조하는 연구결과들이 나왔을 때 많은 학자들은 다른 요인이 간과됐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예를 들면 술을 끊은 사람은 이미 건강이 염려될 정도로 상했을 가능성이 크고 음주자는 병원에 더 많이 가게 된다는 점 등이 무시됐다는 것이다.

엘리슨 박사는 “이런 모든 비판이 쏙들어갔다”고 단언했다.

이제는 도대체 어떤 술을 마셔야 하는가에 대한 논란거리가 있을 따름이다.

결론은 아무 술이나 상관없다는 것이다. 적포도주는 처음 주목받은 술이다. 1979년 적포도주를 많이 마시는 프랑스인은 버터, 치즈, 동물지방을 듬뿍 먹는데도 적포도주를 적게 마시는 핀란드, 스코틀랜드, 미국 사람보다 심장병 발병률이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뒤이은 연구에서는 와인을 마시는 이탈리아인이나 맥주를 마시는 일본인, 독일인, 독주를 마시는 미국인이나 술의 종류에 상관없이 적당히만 마시면 똑같은 효능이 있음이 밝혀졌다. 하버드보건대의 에릭 림 박사는 “중요한 것은 술을 약같이 마셔야 효과가 있다는 점”이라면서 “매일 저녁 한 잔을 마시는 것이 주말에 여섯 잔을 마시는 것보다 훨씬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의 연구에서는 하루 한 두 잔의 술이 뇌중풍, 다리의 혈액순환 장애, 치매 등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러나 하루 한 두 잔의 술이 3, 4잔으로 늘면 장점은 곧 사라지며 독으로 변한다. 과음은 고혈압 환자에게 각종 합병증을 유발하고 암 발병률을 높인다. 또 당뇨병, 췌장 및 간의 기능 저하, 치매 등의 원인이 된다. 젊은 음주자의 사망률은 비음주자의 갑절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술의 해악은 온갖 전염병의 해악과 비슷하고 담배나 마약의 해악보다 크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런 술의 해악 때문에 보건 담당 관료들은 술의 장점마저 덮어버렸다. 술의 해악은 눈에 보이지만 술의 이익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한몫했다.

1972년 미국 동부의 프라밍햄에서 수 십년간 진행된 연구 결과 술의 장점이 밝혀졌지만 정부는 발표를 못하게 막았다.

지금은 미국심장협회에서 공식적으로 “적절한 음주자는 술을 끊을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비음주자가 술을 마실 필요까지는 없다”고 권고하고 있다.

이 협회 대변인인 로널드 크라우스 박사는 “술은 판도라의 상자와도 같아서 장점이 크지만 자칫하면 과음의 수렁으로 빠진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시의 카이저 퍼머넌트병원의 아서 클르트스키 박사는 “어떤 사람은 술의 효과가 전혀 기대되지 않으며 청소년들은 술의 해악이 장점보다 훨씬 더 크다”면서 “다만 어떤 사람에게는 술이 심장병 위험을 현격히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으므로 자신의 건강 상태나 가족력을 고려해 음주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말했다.

(http://www.nytimes.com/2002/12/31/health/31ALCO.html?8hpib)

정리=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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