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영문 원효전집 나온다…내년 첫 발간

  • 입력 2002년 11월 10일 17시 47분


한국의 대표적 고승인 원효(元曉·617∼686)를 세계적인 불교사상가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세계 각국의 한국 불교 권위자 15명이 모여 원효 전집을 영어로 번역해 냈다.

미국 뉴욕주립대(스토니브룩)의 박성배, UC 버클리의 루이스 랭커스터, UCLA의 로버트 버스웰, 고려대의 조성택, 조지 메이슨대의 응웬 쿠옹, 동국대의 김용표, 일본 도요가쿠엔대(東洋學園大)의 찰스 A 뮐러 교수….

동국대와 미국 뉴욕주립대(스토니브룩)가 원효사상의 세계화를 위해 1997년부터 원효전서의 영역을 기획 추진한 지 5년여만의 결실이다. 번역된 원고는 마지막 수정 보완 작업을 거쳐 2003년 말부터 매년 1∼2권씩 발간된다.

난해하기로 유명한 원효의 주저 ‘대승기신론(大乘起信論)’과 ‘금강삼매경론(金剛三昧經論)’, 원효 사상의 특성을 잘 드러내는 ‘십문화쟁론(十門和諍論)’과 ‘유심안락도(遊心安樂道)’ 등 총 20여종의 저술이 전5권의 영문전집으로 만들어진다.

두 대학이 공동 설립한 국제원효학회(공동회장 송석구 동국대 총장·셜리 S 케니 뉴욕주립대 총장)는 번역원고의 마지막 검토 작업을 위해 12∼13일 동국대 예술극장에서 ‘원효전서 영역의 지구촌 시대적 의미와 번역상의 문제점’을 주제로 번역자 워크숍 및 학술대회를 개최한다. 전집 번역의 가장 큰 성과는 이번 작업을 계기로 원효에 대한 전면적인 재평가가 논의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버스웰 교수는 발표문 ‘원효와 한국불교의 주석학’에서 “원효는 불교문헌에 대한 탁월한 주석가였다”면서 “그는 경전의 주석을 통해 자신의 철학과 영적인 통찰력을 드러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조성택 교수는 “원효는 한국불교계를 대표하는 독창적 사상가라는 면보다는, 100여 권에 달하는 방대한 주석서를 통해 7세기 동아시아 불교계의 흐름을 누구보다도 앞서 읽어내며 당시 동아시아의 문제의식을 공유했던 학자라는 면이 재조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이 이런 주장을 할 수 있는 것은 번역 과정을 통해 원효의 독자적 견해와 인용부분을 철저히 구분해 내는 작업을 했기 때문이다. 인용문에 별다른 구분을 하지 않는 전통적인 서술방식으로 인해 기존에는 원효의 생각과 인용 부분을 구분하기 어려웠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는 동아시아 불교계에서 그의 사상적 위치를 명확히 밝히기보다는 단순히 그의 독창성만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이번 번역과정에서 그 방대한 작업을 해냄으로써 원효사상의 연구는 새로운 차원으로 접어들게 됐다.

번역이 끝났음에도 출간까지 최소한 1년의 검토 기간을 잡은 것도 이런 작업에 대한 면밀한 재확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 주요 대학의 출판부에서 발간되기까지 여러 차례를 거치게 되는 출판사의 내부검토도 적지 않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송석구 총장은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완전한 번역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고 있다”며 “이 성과를 통해 원효가 세계 인문학계에서 정당한 평가를 받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형찬기자 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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