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패션]新명품족, 덜 알려진 새 브랜드로 눈 돌려

  • 입력 2002년 10월 24일 16시 34분


9월 1일 일본 도쿄 하라주쿠의 오모테산도 거리에 루이뷔통 매장 중 세계 최대 규모인 루이뷔통 글로벌 스토어 ‘도쿄의 샹젤리제’가 문을 열었다. 오픈 기념으로 ‘2002 오모테산도’ 핸드백 1000개 한정 판매행사가 열렸다. 중고생부터 나이 지긋한 중년 부인에 이르기까지 이 가방을 사기 위해 늘어선 행렬이 700m에 이르렀고 이는 ‘명품 대중화’ 현상의 극명한 예로 지적됐다.

현재 일본인 가운데 루이뷔통의 꽃무늬 ‘모노그램’ 가방, 지갑 등을 갖고 있는 사람은 약 2000만명. 일본인이 타는 도요타 자동차 대수에 육박하는 숫자다. 이 분야의 한국통계는 없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미니 모델들이 출시되고 카드 장기 할부가 가능해지면서 루이뷔통이나 펜디백 하나 정도는 ‘가뿐하게’ 장만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

●‘뉴 럭셔리족’의 출현

최근 파리출장을 다녀온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의 김성운 바이어는 동양인 관광객들로 발 디딜틈 없던 유명 명품 매장이 한결 썰렁해졌음을 느꼈다.

“일본 경기가 침체됐기 때문만은 아니다. 많은 ‘빅 브랜드’들이 매장 확장과 대중화에 앞장서면서 명품의 매력으로 꼽히는 희소성을 잃고 있어서 명품의 단골 고객들이 외면하게 된 게 아닐까 생각했다.”

국내에서도 이 같은 현상이 포착되고 있다.

다양한 브랜드의 수입명품을 모아서 판매하는 편집 매장의 단골인 한 외국계기업 회사원 이모씨(30·여)는 “페라가모 구두나 프라다 지갑은 강남에서는 고등학생들도 갖고 있어 이제 재미가 없다. 액세서리에 비해 이 브랜드의 의상들은 덜 대중화됐지만 대신 가격이 너무 비싸다. 이들 ‘빅 브랜드’의 의상보다 20% 가량 저렴하고도 더 감각적인 디자인의 ‘뉴 럭셔리’ 브랜드들이 멋져 보인다”고 말했다. 이씨는 “친구들 사이에서도 뻔한 명품 대신 남들이 모르는 고급스러운 제품을 갖는 것이 더 감각있는 것으로 여겨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패션 리더들이 ‘대체재’로 꼽는 브랜드들은 최근에 국내에 도입됐거나 외국에서는 널리 알려졌지만 국내에 정식 수입되지 않아 희소성이 지켜지는 것들.

신세계 인터내셔널이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2000년 10월 문을 연 ‘분더숍’은 아직 국내에 덜 알려진 수입명품들을 모아 판매하는 대표적인 편집 매장이다. 꾸준히 고객이 늘어 최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도 2호점을 냈다. 이곳에서는 드리스 반 노튼, 콤 데 갸르송, 발렌시아가, 마르니, 마틴 마젤라, 피아자 샘피오네, 존 갈리아노 등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수입 브랜드만 모아 판매한다. 가격은 브랜드별로 다르지만 대체로 셔츠류 60만∼90만원대, 구두 30만원, 부츠 50만∼60만원대.

서울 청담동과 압구정동 로데오 거리에는 소규모의 편집 매장들이 속속 늘고 있다. 한섬 등 다른 국내 패션업체도 수입제품의 편집 매장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특이한 것이 좋아

‘뉴 럭셔리’ 품목 중에서는 먼저 ‘빅 브랜드’들의 수석 디자이너들이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내놓은 신규 브랜드가 인기다. ‘섬유저널’의 민은선 실장은 “‘로에베’의 수석 디자이너였던 나르시소 로드리게즈, ‘셀린느’의 수석 디자이너 마이클 코어스, ‘루이뷔통’의 수석 디자이너 마크 제이콥스가 매우 경쟁력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나르시소 로드리게즈’는 2001년, ‘마이클 코어스’는 올 초 국내 패션 수입회사를 통해 도입됐고 ‘마크 제이콥스’와 이보다 저렴하고 타깃 소비자 연령대가 낮은 ‘마크 바이 마크 제이콥스’는 ‘FnC코오롱’에 의해 올 가을부터 수입될 예정. 최근 몇 년새 수입된 ‘비비안 웨스트우드’ ‘J.로즈로코뉴욕’ ‘폴 스미스’도 이미 마니아들을 확보하고 있으며 ‘럭셔리군’에 해당하는 다른 해외 신규 브랜드들도 한국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내년 봄, 여름 시즌에 맞춰 도입되는 스페인 브랜드 ‘쿠스토 바르셀로나’의 조신혜 브랜드 매니저는 디테일과 컬러면에 있어서 다소 튀는 디자인의 이 브랜드 도입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짝퉁’전문업체들이 베끼기가 어려울만큼 특이하다. 최근 감각있는 국내 소비자들이 요구하는 부분이다.”

동화면세점 상품부의 허민호 부장은 “구매력 있는 고객들은 ‘새로운 것’에 대한 욕구가 크다. 최근 이들은 인터넷 쇼핑 등을 통해 업계보다 먼저 멋진 디자이너를 발굴해 낼 정도로 정보에 빠르기 때문에 앞으로 몇 년 안에 많은 브랜드들이 도입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뉴럭셔리 브랜드들이 도입돼도 국내 수입 명품 ‘빅 브랜드’ 시장을 잠식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패션산업전문잡지 ‘패션비즈’(10월호)에 따르면 롯데, 현대, 신세계, 갤러리아 등 주요 백화점 매장에서의 럭셔리 브랜드의 2002년 봄, 여름 기준 전년대비 신장률은 샤넬 부티크 101.8%, 셀린느 70.60%, 루이뷔통 39.60%, 프라다 30.40% 등으로 여전히 성장가도에 있다.

조르지오 아르마니, 돌체 앤드 가바나 등의 수입사인 신세계인터내셔널의 김해성 상무는 “현재 약 1조원으로 추산되는 한국 명품 시장은 4조원 정도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새로운 브랜드들이 패션 리더들로부터 사랑받게 된 것은 국내 럭셔리 시장과 소비자들의 취향이 이렇게 세분화될만큼 숙성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진기자 brigh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