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키워요]국내 미아 매년 4000건이상 발생

  • 입력 2002년 10월 22일 17시 06분



《“우리 아이가 사라졌어요!” 부모의 넋빠진 얼굴과 울며 헤매는 아이, 부모보다는 덜 절박하겠지만 안타까운 눈으로 쳐다보는 주변 사람들…. 미아(迷兒)의 범주에는 유괴나 아이를 버린 경우까지 포함되지만 대부분은 이처럼 실수로 부모의 손을 놓친 길 잃은 아이들이다. 국내에서 해마다 경찰청에 접수되는 8세 이하 미아 발생건수는 4000여건. 물론 경찰에 신고되지 않은 사례까지 합치면 이 수는 크게 늘어난다. 이 가운데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는 경우는 96%. 경찰에 접수된 시각으로부터 2∼3일이 지난 뒤에도 소식을 듣지 못할 경우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복지재단 어린이찾아주기 종합센터로 이관된다. 이 센터가 생긴 1986년부터 올 8월까지 이 센터에 접수된 18세 미만 미아는 모두 3205명. 이 가운데 3∼7세가 45.2%를 차지한다. 전체적으로 15∼20%는 아직도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집 근처가 요주의 지역〓지난해 말까지 어린이찾아주기 종합센터에 접수된 미아 2912명 가운데 집 근처에서 발생한 건수는 1793건으로 전체의 61.6%를 차지했다. 미아발생 ‘우범 지역’으로 흔히 생각하는 △역 근처(5.85%) △시장(3.0%) △학교 주변(2.9%) △터미널(2.5%)보다 훨씬 높은 수치. 친척집 근처도 107건으로 전체의 3.7%나 됐다.

어린이와 가장 가까운 사람들 곁에서 가장 흔히 미아가 발생한다는 아이러니한 현실을 보여준다. 미국 벨기에 등 구미 선진국에서는 여아들의 실종 비율이 높다는 점을 들어 성폭력 및 매춘의 문제와 연결짓기도 한다. 미국의 미아찾기 민간단체 NCMEC(National Center for Missing & Exploited Children)는 “유괴로 추정되는 피해자 중 11∼14세 여자 어린이가 많으며 이 중 3분의 2는 성폭행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고 밝혔다.

한국복지재단 박은미 복지사업국장은 “지난해 성별 실종 아동실태를 조사한 결과 국내에서는 남아 대 여아의 비율이 64 대 36으로 남아가 훨씬 높았다”고 말했다. 박 국장은 “하지만 상봉률은 남아 75%, 여아 68%로 여아가 더 낮아 국내에서도 여아의 실종과 성폭력 가능성의 연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예방이 최선책〓흔히 아이가 길을 잃더라고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이름, 주소, 연락처를 적은 이름표를 눈에 띄게 겉옷에 붙이는 경우가 많다. 물론 어리거나 언어 장애가 있는 아동에게 이 같은 이름표는 매우 유용하다. 하지만 주소 등 인적 정보가 두드러지게 노출되면 오히려 유괴범의 표적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인적사항은 옷 안쪽이나 신발 밑창에 단다.

미아발생 상황을 연극처럼 꾸며 반복해 연습함으로써 ‘실전’에 대비해 두는 것도 방법이다. 아이가 전화 사용에 익숙하다면 당황하지 말고 공중전화를 찾거나 근처 행인에게 휴대전화를 빌려 ‘112’ 또는 ‘182’에 신고하도록 일러둔다.

전문가들이 만든 규칙도 있다. △1단계 멈추기(자리에서 움직이지 말고 서서 부모 기다리기) △2단계 생각하기(침착하게 부모 이름, 자기 이름, 전화번호 생각하기) △3단계 행동하기(아무리 기다려도 부모가 오지 않으면 112에 전화하거나 경찰 아저씨 찾기)를 익히게 한다.

▽주변 찾아보기〓아이가 집 안에서 사라졌다면 일단 ‘구석’을 살핀다. 유아기 아이들은 장롱, 침대, 빈 종이상자, 냉장고 등 구석진 곳에 숨는 것을 좋아한다. 아이가 가겠다고 한 곳→친구집→이웃집→놀이터 등 주요 동선 차례로 ‘수색’한다. 그래도 찾을 수 없으면 즉시 국번없이 182(지방의 경우 지역번호+182)를 찾아 신고한다. 하지만 파출소까지 수색 지령이 내려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므로 신고 후 곧바로 가까운 파출소 또는 경찰서를 직접 찾아가는 것이 좋다. 몸집, 신체적 특징, 최근 찍은 사진 못지않게 실종 당시 옷차림이 중요한 추적 단서가 되므로 아이의 옷에 단추나 지퍼가 어디에 달려있는지, 벨트를 했는지 안 했는지 등 자세한 내용까지 기억해 둔다. 사건을 접수한 담당 경찰관의 이름 연락처 등을 꼼꼼히 기재해야 수색 진행사항을 묻기가 용이하다.

시장이나 놀이동산, 쇼핑 센터 등 공공장소에서 아이를 잃어버렸을 경우에는 ‘눈높이 사고법’이 필요하다. 아이의 평소 관심사 등을 고려해 아이가 주의를 집중할 만한 곳부터 뒤진다. 공공장소를 갈 때면 도착하자마자 입구, 놀이기구 앞, 상징물 앞 등 눈에 잘 띄는 장소를 정해 엄마와 아이, 둘 만의 약속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집 앞 시장이나 아파트 단지 내에서 놀 때도 마찬가지.

“엄마를 잃어버리면 일단 가만히 서있어. 아무리 기다려도 안 오면 여기 앞에서 만나는 거야”라고 약속한다. 에버랜드 홍보팀의 김인철 대리는 “경험적으로 봤을 때 아이가 당황하면 평소 ‘훈련’을 잊는 경우도 많다. 백화점, 놀이 동산과 같이 폐쇄적인 공간이라면 곧바로 미아보호소로 인계되므로 그곳의 연락처나 위치를 미리 파악해 놓는 것도 방법이다”고 말했다.

김현진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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