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음반업계, 제2냅스터 ‘카자’ 고민

  • 입력 2002년 10월 8일 18시 14분


지난해 음악파일 인터넷 교환업체인 냅스터를 굴복시킨 미국의 음반업체들이 비슷한 교환파일을 인터넷상에서 뿌리고 있는 샤먼 네트웍스(SN) 탓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법원에 제소해 이기더라도 현실적으로 문을 닫게 할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

7일자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SN사는 남태평양의 바누아투라는 섬나라에 회사를 설립하고 주요 의사결정은 호주에 있는 경영진이 내리고 있다. 이 회사의 음악파일 교환 프로그램인 카자(KaZaA)는 네덜란드에서 개발된 것으로 알려져 있고 현재 서버컴퓨터는 덴마크에서 가동 중이다.

SN의 기업활동은 이처럼 다국적으로 이뤄지지만 미 소비자들은 하루 24시간 카자 소프트웨어를 자신의 PC에 깔아두고 음악은 물론 TV쇼, 영화파일까지 내려 받고 있다.

궁지에 빠진 음반사들과 영화업체들은 최근 로스앤젤레스 연방법원에 SN이 ‘미 저작권법을 위반해 광고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제소했다. 승소할 경우 카자의 배포를 금지하든지 저작권을 보호받는 음악파일을 교환할 수 없게 프로그램을 바꾸도록 요구할 방침이다.

문제는 SN의 영업활동이 대부분 미국 밖에서 이뤄지고 있어 다른 나라 사법당국의 협조를 얻어야 한다는 점. 그러나 이는 미국 내 저작권법을 다른 나라 사법부에 강요하는 셈이 되기 때문에 결코 쉽지 않다. 더욱이 미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연방법원은 ‘미국에 본사를 둔 인터넷 업체 야후가 프랑스 국민에게 나치 관련 영상물을 보여주는 것을 막아달라’는 프랑스 법원의 요청을 거부한 전례가 있다. SN사의 변호인은 즉각 “미국 내에 자산도 없고 미국 내에서 거래도 하지 않는데 미 법원이 재판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음반업체의 주장을 반박하고 나섰다. 미 음반제조업체들의 제소는 미국의 저작권법을 전 세계에 적용하라는 횡포라고 지적했다. 이들 간의 법정공방은 다음달 18일에 열릴 예정이다. SN의 주장이 받아들여진다면 유사한 업체들의 해외 설립이 줄을 이을 것으로 보여 미 음반업계는 재판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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