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할머니 새는 집이 있어 좋겠네 ´앵초의 노란 집´

  • 입력 2002년 9월 10일 17시 17분


◇앵초의 노란 집/황선미 글 한병호 그림/88쪽 6800원 베틀북

이 책에는 두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곳은 복잡한 대도시도 아니고 한적한 시골도 아닌, 이제 막 개발이란 이름으로 높다란 아파트가 들어서기 시작하는 곳이다. 너른 들에 하나 둘 아파트가 세워지고 맑은 공기를 찾아 외지 사람들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어쩔 수 없이 고향을 떠나야만 하는 사람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앵초네와 괭이 할아버지는 그런 점에서 같은 아픔을 갖고 있다.

‘앵초’는 여러해살이 풀로 봄에 붉은색 꽃을 피운다. 작고 귀여운 꽃이다. 하지만 ‘꼬마무당’이란 별명을 가진 여자 아이 앵초는 꽃처럼 예쁘지는 않다. 말도 없이 민우네 새집을 가져가는가 하면 민우의 자전거를 허락 없이 타기도 한다. 반성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고 그걸 나무라는 민우에게 오히려 큰소리를 친다. 알고 보니 앵초는 돌아가신 할머니가 새가 되셨다는 엄마 말에 집 앞 고목에 날아 든 후투티새가 할머니인양 예쁜 새집을 나무에 놓아두고 싶었던 거다. 새가 된 할머니는 집이 있어 덜 외로울 거라며…. 아파트는 계속 들어서지만 앵초네는 아파트에 들어갈 형편이 못된다. 앵초가 그동안 사납게 굴었던 까닭을 민우는 조금은 알 것 같다. 민우는 밉살스럽게만 보이던 앵초가 어쩐지 ‘다르게’ 느껴지고, 알에서 깨어날 어린 새들이 노란 집에서 자라는 모습을 앵초와 함께 보고 싶어진다.

‘괭이 할아버지’는 소문처럼 성질 고약한 할아버지가 아니었다. 다만 다 먹은 과자봉지나 음료수 깡통을 함부로 버리는 아이들에게 주는 벌이 남들과 다를 뿐이다. 쉽게 버렸으니 땀 흘려 주워야 한다는 게 할아버지 생각이다.

뭐든 생각 없이 사고 쉽게 버리는 사람들이 많은 요즘, 할아버지가 보여주는 모습은 따끔한 한마디 충고보다 더욱 값지다. 버려진 책들을 주워 모아 자신의 집을 동네 아이들을 위한 열린 도서관으로 남기고 떠나는 할아버지의 뒷모습이 참 아름답다.

작가 황선미의 초기작인 이 작품들은 작가가 바라는 우리 이웃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5년 전 발표한 것을 이번에 새로운 판형과 디자인으로 선보였다. 세상은 자꾸 바뀌어도 사람 사이의 정은 변함 없이 소중하다는 것을 우리 아이들에게도 알려주고 싶다.

오혜경 주부·서울 강북구 미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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