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황체 친필표석 찾았다

  • 입력 2002년 8월 27일 19시 00분


서울 남산공원 숲 속에 방치되어왔던 고종황제 친필표석 - 신원건기자
서울 남산공원 숲 속에 방치되어왔던 고종황제 친필표석 - 신원건기자
1910년 서울 남산에 ‘한양공원’이 만들어질 때 입구에 세워진 고종황제 친필 표석이 남산공원 숲 속에 방치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시 공원녹지과 박인재(朴仁在) 도시공원팀장은 27일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된 남산공원 숲 속에 있는 ‘漢陽公園’(한양공원)이란 화강암 표석이 고종황제 친필 표석임을 관련 기록을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일본인들은 1908년부터 일본인 거류지역 외곽인 현재의 남산 분수대와 식물원 부지 일대에 약 30만평 규모의 ‘한양공원’을 만들어 한일병합 직전인 1910년 5월19일 개원식을 가졌다. 이때 고종황제는 일본인들의 강압적인 요구에 따라 ‘한양공원’이란 편액을 써보냈으며 이것으로 표석을 만들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이 표석의 높이는 166㎝(좌대 63㎝ 제외)로 현재 서울 중구 회현동 케이블카 승강장 인근의 공원 철조망 안쪽 6∼7m 지점에 있어 일반인은 접근할 수 없다. 표석 주변은 60㎝ 높이의 풀로 덮여 있다.

당초 이 표석은 한양공원 입구였던 현재의 3호터널 입구 쪽에 있던 것으로 보이는데 박 팀장은 이 표석이 터널공사 때 옮겨진 것으로 추정했다.

서울시립대 최기수(崔杞秀) 교수는 “고종황제의 친필 한양공원비가 있었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나 그 비가 아직 남산공원에 있다는 것은 처음 밝혀졌다”고 말했다.

한양공원은 일제 강점기 일본인이 만든 대표적인 공원으로 한일병합 이후 신사(神社)와 조선신궁이 세워져 민족혼을 빼앗고 일본정신을 강요하기 위한 장소로 악용됐다. 일제는 한양공원과 이에 앞서 1897년 남산 북쪽에 세워진 화성대공원을 통합해 1940년 남산공원으로 지정했다.서영아기자 sy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