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미얀마 바간평원]2500기 탑숲 '佛國土'의 파노라마

  • 입력 2002년 7월 11일 16시 17분


미얀마 중부 바간의 끝없는 탑들의 숲바간 평원 한가운데 쉐산도 탑에서 내려다본 모습이다
미얀마 중부 바간의 끝없는 탑들의 숲
바간 평원 한가운데 쉐산도 탑에서 내려다본 모습이다

미얀마의 수도 양곤에서 쌍 프로펠러 비행기로 1시간 거리에 있는 바간 평원. 평원 한가운데 위치한 아파트 10층 높이의 쉐산도 탑에 오르자 크고 작은 탑들의 숲이 눈 아래로 펼쳐진다.

히말라야에서 발원한 넓은 이라와디강이 저 멀리 서쪽으로 도도히 흐르고 강 동쪽으로 약 100㎢의 넓디 넓은 평원에 작게는 석가탑이나 다보탑 같은 것에서부터 크게는 아파트 20층 크기의 탑까지 2500여기가 끝간 데 없이 늘어서 있다. 황금으로 장식한 아름다운 탑들로부터 벽돌더미가 무너져내린 황토빛 이름없는 탑들까지, 사방을 빙빙 돌아 시선이 닿는 지평선까지 보고 또 보아도 눈에 보이는 것은 탑과 평원과 맑은 하늘뿐이다. 옛 사람들 머릿속의 불국토(佛國土)란 바로 이런 모습이었을까.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고 어느새 두손 모아 합장하게 된다.

미얀마의 탑은 대개 벽돌로 지어진 전탑이다. 우리나라의 석탑처럼 정교하고 섬세한 맛은 없다. 탑 하나하나를 자세히 살펴보면 거칠고 투박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나 사방으로 까마득히 지평선까지 아득히 흩어져 있는 무수한 탑들이 불러일으키는 숭고함이란…. 그건 이집트 사막의 거친 모래바람 속에서 피라미드를 볼 때와도, 캄보디아 정글 속에 감춰진 앙코르와트를 볼 때와도 분명히 다른 숭고함이다.

바간의 왕들은 앙코르와트나 인도네시아의 보로부두르와 같은 엄청난 규모의 사원을 짓지는 않았다. 그들은 왕이기 전에 승려였다. 그들은 세속의 독재자가 되기보다 스스로 모범이 되기를 원했고 자신들부터 먼저 탑을 짓는데 모든 것을 바쳤다. 왕이 그러하자 왕족도 귀족도 상인도 노예도 왕을 따랐다. 그렇게 해서 이곳에 5000여기의 탑이 지어졌다.

바간은 11세기경 미얀마의 통일국가를 이룩한 바간 왕조의 수도로 이후 200년간 영화를 누리다가 몽골의 침입으로 패망했다. 바간의 아름다운 탑들도 외세의 침략과 지진 등으로 피해를 보았으나, 바간 불탑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유네스코의 노력으로 복원되어 지금은 그 장엄한 모습을 다시 볼 수 있게 됐다.

폐쇄적인 미얀마 군사정부도 바간을 개발하는 데는 심혈을 기울여 바간 인근에는 세계적인 관광지에서나 볼 수 있는 쾌적한 호텔과 골프장 등이 잘 갖춰져 있다.

박희승·불교 조계종 총무원 기획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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