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이철 아이 사진 잘 찍는 법

  • 입력 2002년 5월 21일 17시 02분


고궁 등에서 건물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때는건물의 전면이 아닌 측면에서 각도를 잡는다.
고궁 등에서 건물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때는
건물의 전면이 아닌 측면에서 각도를 잡는다.
“엄마, 왜 또 내 얼굴을 이렇게 쪼∼그맣게 찍었쪄?” 지난 주말 출장간 아빠를 빼고 엄마, 남동생과 함께 놀이동산에 다녀온 유진이(5)는 엄마가 찍은 사진을 들여다보고는 입이 불쑥 튀어나왔다. 유진이 엄마 이현숙씨(34·서울 노원구 상계동)도 딸의 투정이 당연하다고 인정한다. “항상 같은 포즈에 같은 표정… 게다가 풍경을 담노라면 아이 얼굴은 조그맣게 나와버리더라고요.”

날씨도 맑고 녹음(綠陰)도 짙어지는 때. 야외 나들이는 잦아지지만 사진 솜씨는 나아질 줄 모르니 아이들에게 미안하기까지 하다. 아이 사진 잘 찍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는 부모들을 위해 동아일보 사진부 전영한 기자, 어린이전문 스튜디오의 사진작가인 ‘키즈 포토’의 김진철씨, ‘앙뜨리’ 정영직씨, ‘앤 하우스 스튜디오’ 임성민씨가 실내외 촬영시 주의할 점 등을 꼽아 아이 사진 찍기의 노하우를 소개했다.

▼자동카메라도 좋아요

아마추어에게는 자동카메라나 디지털카메라가 아이들 사진을 찍기에 가장 적합하다. 줌기능이 있는 20만∼30만원대 자동카메라나 200만화소(40만∼60만원대)의 디지털카메라를 선택한다. 콧구멍을 파려는 순간, 재채기 직전, 형에게 맞고 막 울음보를 터뜨리려는 순간 등 희로애락의 표정을 포착한 사진이 가장 재미있고 좋은 추억이 되는 법. 초점이나 거리를 일일이 조정해야 하는 수동카메라와 달리 자동카메라나 디지털카메라는 순발력 있게 꺼내 찍을 수 있다는 것이 최대의 장점으로 꼽힌다. 움직임이 많은 아이들의 동선을 쫓기 위해서는 셔터 속도가 빨라야 한다.

자동카메라든 디지털카메라든 흔들림이 적은 감도(ISO) 200 또는 400짜리 고감도 필름을 쓰는 것이 좋다. 아기 사진을 잘 찍을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룰은 아이의 눈높이로 자세를 낮춰야 한다는 것. 내려다보듯 찍는 사진보다 표정이 훨씬 잘 살아난다.

▼황금비율은?

인물을 위주로 하되 배경까지 부각되는 전신 사진을 찍고 싶다면 뷰파인더를 통해 보이는 배경을 상하 일곱 등분 해본다. 사람 머리 위 공간을 2, 전신을 4, 발 아래 부분을 1로 생각하고 찍으면 대체로 안정적인 구도의 사진이 나온다. 전문가들이 의도적으로 자른 컷이라면 예술 사진이 되지만

얼굴을 강조한답시고 목에서 자르면 ‘엽기사진’이 된다. 얼굴을 클로즈업할 때는 어깨라인까지, 상반신을 촬영할 때는 배꼽 부위까지 자른다. 이때 손이 잘리면 흉하다.

줌인 기능을 쓰지 않은 채 멀찌감치 떨어져서 사진을 찍으면 정작 아이의 얼굴은 손톱만하게 나오기 마련이다. 카메라에 줌인 기능이 없다면 아이 앞 2.5m까지 바짝 다가가 찍는다.

수족관에서는 사선구도로 사진을 찍어야 빛의 반사를 피하면서 어항 속과 아이의 표정, 어항 유리벽에 비친 아이 모습이 고루 잘 드러난다.

▼실내에선 이렇게

조명이 밝은 실내에서 벽 앞에 세워놓고 사진을 찍으면 인물 뒤로 그림자가 드리워질 때가 많다. 이럴 경우 플래시를 천장으로 향하게 한 뒤 천장에 반사된 빛을 이용해 찍는다.

고감도 필름을 넣고 플래시를 작동시키지 않은 채 촬영해도 좋다. 플래시가 내장형이어서 방향을 움직일 수 없다면 트레이싱 페이퍼(투사지)를 렌즈에 붙이고 찍는다.

또 살색 스타킹을 늘려서 카메라 렌즈 앞에 붙이면 스튜디오에서 연출한 것처럼 뽀얗고 아스라한 분위기의 사진을 연출할 수 있다.

줌 기능을 사용할수록 그림자를 많이 줄일 수 있으므로 실내에서 찍을 때는 가까이 다가가기 보다는 조금 떨어져서 줌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장소에 따른 연출법

불국사나 경복궁 같은 명승지에서 촬영할 때는 찍고자 하는 유적, 문화재를 정면이 아닌 옆으로 오도록 구도를 잡고 아이를 카메라 가까이에 세운다.전체적인 건물이나 풍경도 드러나고 아이의 얼굴도 부각되게 찍을 수 있다.

전체 사진 높이의 중간쯤에 아이의 머리가 오도록 찍는 것이 무난하다.

실내 수족관도 재미있는 사진을 연출하기에 좋은 장소다. 플래시가 어항의 유리벽을 향하면 빛이 반사되므로 역시 사선 구도를 활용한다. 아이를 어항의 오른쪽 구석에 세우고 플래시는 천장을 향하게 하면 물고기와 아이, 어항에 비친 아이의 모습까지 생생하게 살아난다.

햇빛이 쨍쨍한 날 야외 촬영을 할 때는 반사율이 높은 흰색 옷은 입히지 않는 것이 좋다. 아이의 얼굴을 돋보이게 하는 색상은 노랑, 빨강, 파랑 등 원색 또는 원색이 섞인 체크무늬다.

▼디지털 캠코더 사용법

디지털 캠코더로 촬영할 때도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촬영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캠코더에 내장되는 6㎜ 또는 8㎜ 비디오 테이프는 그대로 보관해도 좋지만 CD로 복사해 놓으면 컴퓨터에 저장하거나 가까운 친지들에게 전송하기에 편리하다.

대형 스튜디오의 경우 캠코더용 테이프를 CD로 전환시켜주는 비디오 편집장비를 갖춘 곳들이 있다. 이곳에 편집을 맡기면 된다.

하나의 테이프에도 여러 장소에서 찍은 화면이 뒤섞여 있기 쉬우므로 화면이 바뀔 때마다 녹화된 장소, 시간 등 간단한 정보를 넣어 편집해 달라고 주문하는 것이 좋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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