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노화방지 신약-신경전자칩 개발 눈앞

  • 입력 2002년 5월 9일 14시 18분


2010년 5월 10일. K사장은 여느 날과 다름없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회사에 도착했다.

나이는 쉰을 넘었지만 그의 얼굴은 서른 후반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얼굴에는 보톡스 크림을 발라 잔주름 하나 없고, 머리가 벗겨졌던 아버지와는 달리 ‘대머리 유전자 수술’을 받아 여전히 청년처럼 숱이 많은 머리에서는 흰머리조차 찾기 힘들다. K 사장은 수시로 기억력 증강제를 먹는다. 며칠 전에는 ‘치매 백신’까지 맞았다.

공상과학소설의 한 대목 같은 얘기지만 이미 구미 선진국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상당부분 현실화에 근접해 있는 노화방지 신약, 신기술에 관한 미래 상상도다. 노화연구 권위자인 서울대 의대 박상철 교수는 “5∼10년 안에 노화를 획기적으로 막을 수 있는 제품들이 대거 쏟아져 나와 신체 노령화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라고 예상했다.

노화를 자각하는 부위별로 진행중인 연구들을 살펴보자. 먼저 대머리를 비롯한 탈모현상.

현재 나온 대머리 치료제는 부작용이 많거나 어떤 사람에게는 잘 맞지 않는다. 앞으로는 개인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분석해 그 사람에게 꼭 맞는 ‘맞춤 대머리 약’이 개발될 것이다. 또 모발 세포의 대머리 유전자를 정상 유전자로 바꾸는 유전자 치료도 등장해 대머리 걱정을 영원히 없애줄 것이다.

그 다음은 뼈와 근육의 약화. 원인은 나이가 들면 성장호르몬 분비량이 줄어드는 데 있다. 국내외의 다수 임상실험들이 노인에게 성장호르몬을 6개월 동안 주사하면 근육세포가 새롭게 생성되고 피부의 탄력이 증가한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실제로 골디 혼 등 할리우드 스타들은 주기적으로 성장호르몬을 먹어 오랫동안 젊음을 유지했다.

문제는 성장호르몬의 가격. 대장균을 이용한 현재의 성장호르몬 생산 방식으로는 아주 적은 양만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금값인 성장호르몬 가격을 낮추어 대중화할 수 없다. 때문에 국내의 LG 등 세계각국의 회사들은 유전공학을 이용해 젖소 등에서 성장호르몬을 양산하는 연구에 힘을 쏟고 있다. 또 경구 투약 방식이 아니라 성장호르몬을 파스처럼 몸에 붙이는 연구도 진행중이다.

늙음의 또 하나의 증거인 노안(老眼) 개선에 관한 연구도 빼놓을 수 없다. 나이가 들면 수정체의 탄력이 떨어져 시력이 약화된다. 외국에서는 아주 미세한 ‘나노 테이프’를 만들어 수정체에 감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수정체를 긴장시켜 탄력을 회복시키는 원리다.

서울대 초미세 생체전자연구센터 등에서는 미세한 신경 전자칩을 기능이 퇴화된 기관 가까이에 심어 눈이나 귀, 코의 기능을 회복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60, 70대에 커다란 보청기를 끼거나 돋보기를 눈 가까이 들이대지 않고도 간단하게 피부 표면에 칩을 심는 방식으로 퇴화된 기능 상당 부분이 보완될 날이 멀지 않은 것이다.

나이 든 사람들에게 암만큼이나 무서운 것이 치매. 최근 외국에서는 기억력을 높여 주는 신약이 임상 실험 중이다. 많은 과학자들이 앞으로 10년 안에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미 치매 치료제 개발이 상품화 전 단계에까지 와 있다.

근본적으로 노화의 메커니즘을 차단하는 연구도 활발하다.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 노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것은 ‘활성 산소’. 우리가 마시는 산소의 일부가 활성 산소로 바뀌고 이것이 체내에 쌓여 노화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활성 산소를 줄이는 제품이 ‘항산화제’다. 비타민 C, E 등이 익숙한 항산화제들이다. 그러나 이 항산화제들은 투여량에 비해 효과가 극히 낮거나 투여량을 높였을 경우 간에 부담을 주는 부작용이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등에서는 현재 부작용은 적고 효과가 높은 항산화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여전히 윤리적인 논란의 와중에 있기는 하지만 약해진 간 등 내장기관을 통째로 바꾸는 기술도 10년 후에는 나올 가능성이 높다. ‘만능세포’로 불리는 줄기세포로 젊은 장기를 만들어 늙은 장기를 교체하는 것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줄기세포를 이용해 콩팥을 만들고 소변을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줄기세포는 파킨슨병 등 노화와 관련된 각종 질병을 치료하는데도 효과적으로 사용될 것이다.

김상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dre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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