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쌍둥이형제 KAIST 박사로 키운 비결

  • 입력 2002년 2월 21일 14시 40분


삼성전자가 주최한 '휴먼테크 논문상' 시상식왼쪽이 형 일민씨
삼성전자가 주최한 '휴먼테크 논문상' 시상식
왼쪽이 형 일민씨
쌍둥이 형제 김일민씨(32)와 일용씨는 모두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박사다. 형 일민씨는 보통 6년이 걸리는 공대 박사 과정을 3년 반만에 마치고 지난해 8월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생 일용씨도 5년만인 이달 15일 박사가 됐다.

일용씨는 5월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에서 박사 후 과정(postdoc)을 이수할 계획. 형은 이미 MIT에서 박사후 연수 과정을 밟고 있다.

“어떻게 하면 아이 둘을 죄다 카이스트 박사로 만들 수 있습니까?”

쌍둥이 아버지이자 서울대 공대 출신인 김성욱씨(64)는 “그저 지들이 알아서 공부하도록 내버려뒀다”는 밋밋한 대답을 할 뿐이었다.

그래도 자꾸 쌍둥이박사의 부모에게 캐물었다.

“태교는요?” “옷은 똑같이 입히는 게 좋은가요? “과외는 어떻게…?”

▽노는 모습 보며 길을 찾아주다〓조랑말 여럿이 힘차게 뛰노는 꿈이 태몽이었다. 그 때문인지 70년 개띠생인 형제는 말처럼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놀았다. 언제부턴가는 조립식 장난감을 사다가 탱크나 비행기를 만들어댔다. 달력의 빈 공간엔 온통 군함을 그려놓았다. 그 솜씨가 예사롭지 않아 공상 과학 만화집을 사 줬다. 책이라면 거들떠 보지도 않던 아이들이 이 책은 걸레가 되도록 봤다. 아인슈타인과 같은 세계적인 과학자들 이야기도 들려줬다. 고교때 이공계를 적극 권유한 것도 아버지였다.

초등학교 3학년생이던 79년 사월 서울 덕수궁

▽믿고 기다렸다〓이름 석자 겨우 쓸 수 있을 정도만 가르쳐 잠원 초등학교에 집어넣었다. 누가 쌍둥이 아니랄까봐 똑같은 성적표를 가져왔다. 잘 나오면 반 석차 30등, 못 나오면 40등. 형과 동생이 각각 상문고와 서울고에 진학할때까지 성적은 오르지 않았다. 애가 탔지만 “공부 좀!” 소리는 하지 않았다. 실컷 놀다 지치면 공부하고 싶을 때도 오겠지. 자발적 동기가 최고의 가정 교사이니까. 지능지수(IQ)가 155와 146이니 정신 차리면 금방 따라갈 거야. 고교 2학년 여름방학이 돼서야 기다린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아버지, 우리도 공부해서 대학 갈래요.”

▽기초는 잡아줘야〓두달간 열심히 공부한 뒤 고교2학년 2학기 첫 시험에서 둘 다 반 석차 5등으로 뛰어올랐다. 형이 교무실로 불려갔다. “너 커닝했지?” 동생도 불려갔다. “집에 무슨 일 있었니?” 하지만 모래 위에 집을 지을 수는 없는 법. 아버지는 중 3 여름과 겨울방학 때 머리 쥐어박으며 영어 수학을 가르쳤다. 아버지의 ‘반짝’ 과외를 통해 형제는 기초를 닦아 놓았다.

▽같은 방에서 재웠다〓형이 미국에 가기 전까지 쌍둥이는 한 몸이다시피 붙어 살았다. 형과 동생이 각각 연세대 전자공학과와 고려대 기계공학과에 다닐때도, 2년간 방위로 군복무를 할 때도, 그리고 KAIST 석박사과정을 밟을 때도 기숙사에서 같은 방을 썼다. 사춘기 시절 고민도 둘이 하면 절반이 됐다. 좀처럼 풀리지 않던 문제는 둘이 머리를 맞대고 낑낑대다보면 스르르 답이 나왔다. 형은 전기 및 전자공학과, 동생은 기계공학과 박사 과정을 밟았는데 자기 전공 분야에 대한 정보를 공유했다. 함께 잠자고 공부하던 방에서부터 ‘학제간 연구’가 이뤄질 수 있었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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