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외교관서 경기도박물관 관장된 양미을씨

  • 입력 2002년 2월 14일 18시 11분


《‘마담 양’이란 애칭으로 주한 프랑스문화원의 대외 홍보 창구였던 양미을씨(50)가 최근 경기도박물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취임 소식을 전해 듣고 대뜸 그의 ‘전문성’에 이의를 제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또 그가 27년이나 몸담았던 프랑스문화원을 자발적으로 과감하게 뛰쳐나온 사연도 궁금했다.》

설연휴 직후인 14일 그를 만나자 마자 ‘전문성’부터 따지고 들어갔다.

“전문성이 부족한 게 사실입니다. 경기도에서 국제 감각을 지닌 문화행정가가 필요하다고 말했지만 그래도 여러번 망설였습니다. 그러던 중 경기도가 어느 지방자치단체보다 문화마인드가 앞선다는 확신을 갖게 됐습니다. 용기를 냈습니다. 아카데믹 디렉터가 있고 매니징 디렉터가 있다면 저는 매니징 디렉터의 장점을 보여주는 박물관장이 되겠습니다.”

박물관을 한마디로 정의해달라고 하자 그는 “어느 지역이나 나라를 갔을 때 가장 먼저 찾는 곳. 그리고 어쩌다 한 번 들르는 곳이 아니라 다시 찾고 싶은 곳”이라고 명쾌하게 대답했다. 이것이 바로 그의 ‘고객 중심’ 박물관관(觀)이다. 프랑스의 박물관에서 배워야 할 점도 이것이라고 강조한다.

“대중적이라는 비판을 듣더라도 일반인들과 교감할 수 있는 기획을 통해 박물관을 찾는 사람 수를 늘리겠습니다. 일반인과 소통이 없는 박물관은 죽은 공간입니다. 서울에서도 찾아올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지난 27년간 맺은 인맥을 총동원해 프랑스의 문화행사를 경기도박물관에 유치하고 그것을 서울이나 다른 지방으로 이어 주겠습니다. 물론 박물관 고유의 전문성을 훼손하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기존의 전문 영역 위에 대중성을 가미하겠다는 겁니다.”

사실 양 관장의 프랑스문화원 생활은 박물관과 무관한 것이 아니었다. 1975년 성균관대 불문과를 졸업하고 문화원에 들어간 이래 국립중앙박물관의 ‘프랑스 도자 명품전’을 비롯해 각종 전시 공연 등 300여차례가 넘는 한국 프랑스 문화교류행사를 기획하고 지원했다.

뿐만 아니라 1993년 방한했던 미테랑 당시 대통령을 비롯해 로랑 파비우스 전총리, 문명비평가 기 소르망 등 프랑스의 유력인사들에게 한국 문화를 홍보함으로써 한국 문화의 저력을 보여주었다고 양 관장은 자부한다.

그렇게 청춘과 중년의 한자락을 고스란히 바친 프랑스 문화원을 그만 둔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물론 정년까지 갈 수도 있었지만, 어찌 보면 제가 쓸 수 있는 에너지는 다 썼습니다. 그래서 후회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한국 문화를 프랑스에 알리기보다는 프랑스 문화를 한국에 소개하는 일이 업무의 대부분이어서 그 점이 못내 아쉬움으로 남곤 했고, 그것이 경기도 박물관에 부임을 결심하게한 결정적 원인”이라고 고백했다. 경기도박물관을 통해 경기도의 문화, 한국의 문화를 프랑스를 비롯해 전세계에 알리고 싶은 것이 양 관장의 궁극적 목표다.

초등학교 동창으로 이번 검찰 정기 인사에서 서울고검으로 자리를 옮긴 이훈규 검사와의 사이에 딸 하나를 두고 있다.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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