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속의 에로티시즘]마스카 여성의류

  • 입력 2002년 2월 7일 16시 07분


“남자 화가들은 자신들의 시각적 쾌락을 위해 누드의 여인을 그려 놓고 그녀의 손에 거울을 쥐어 준다.”

사진작가 존 버거의 이 같은 언급은 지금까지 다양한 매체를 통해 묘사되어 온 여성의 이미지를 가장 적절하게 압축한 표현일 것이다. 다시 말해 여자는 남자의 시선에 의해 수동적으로 드러나는 존재이자 거울에 투영된 자신의 모습, 즉 대상화된 자신의 성을 관조하는 마조히스트이자 나르시시스트의 존재로 비쳐진다.

특히 광고는 여성의 신체를 상품화하고 나르시시즘, 노출주의 등 남성의 관점에서 여성을 유형화한 개념을 반복 전달한다는 이유로 페미니스트들로부터 질타를 받아왔다. 그러나 아이로니컬한 것은 여성의 나체를 등장시키는 것이 여성에게도 섹스어필한다는 점이다.

마스카(Maska)라는 이탈리아의 여성 의류 광고를 통해 살펴 보자. 한 여성이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몸을 바라보며 무아지경에 빠져 있다. 이 광고를 접하는 사람은 1인칭 시점에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는 모델을 3인칭 관찰자 시점에서 바라보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아름다운 모습에 몰입된 여성에게 감정이입이 되면서 대리만족과 함께 질투심을 느끼게 된다. 자신의 이상형을 닮고 싶은 마음과 그렇지 못한 현실에 대한 시기심은 인간의 무의식 저 아래 깔려 있는 기본 바탕이다.

그 두 가지 상극의, 그러나 늘 함께 존재하는 양가적(ambivalent) 감정은 한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히 맞서는데, 그 팽팽한 긴장감이 광고를 더욱 관심있게 들여다 보도록 만든다. 거울에 비친 섹시한 여성의 육체는 마스카라는 상품으로 포장되어 있다. 모델이 자신의 몸에 탐닉의 시선을 뚝뚝 흘리는 순간, 나르시시즘의 감성이 절정에 달하는 그 순간에 우리의 눈길이 가 닿는 곳은 마스카란 제품이다. 거울이란 도구에 제품을 살짝 끼워 넣음으로써 여성의 미묘한 자아도취적 심리에 상품 미학을 교묘하게 접목시켰다.

닮고 싶은 욕망과 그렇지 못한 것에 대한 질시감. 두 감정은 인류가 목숨을 부지하는 한 지속될 것이다. 그래서 근육질의 꽃미남과 쭉쭉 뻗은 미녀들은 아이디얼 타입으로 영원히 반복 재생산될 것이고 특히 광고는 그런 이미지를 표나게 이용할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크린을 거울 삼아 그 속의 주인공에 자신을 투영시키는 환상 속에서 살고 있다.

특정 연예인이 착용한 헤어 밴드가 불티나게 팔리는 것도 의미의 맥을 같이 한다. 이미지를 통해서 현실을 인식해 왔기 때문이다. 이제 이미지는 현실의 재현이 아니라 현실 그 자체이다.김홍탁

광고평론가·제일기획 크리에이티브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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