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중국 읽기' 펴낸 소설가 김정현 인터뷰

  • 입력 2001년 12월 30일 17시 53분


“처음에는 베이징에 유학중인 아들을 핑계삼아 중국을 오가며 소설을 구상하려 했습니다. 차츰 중국 길이 잦아지고 중국 관련서를 탐독하면서 대륙의 거대한 힘 같은 것이 느껴지더군요.”

베스트셀러 소설가 김정현씨(44)가 최근 ‘중국 읽기’(문이당)를 펴냈다. 중국 사회를 피부로 접하면서 중국에 대한 성찰을 담은 책이다.

그는 소설 ‘아버지’가 크게 성공한 뒤 몇 년간 70회 넘게 중국을 방문했다. 중국에 대한 그의 관심은 호기심의 차원을 넘어 전문가적 수준에 이르렀다. 누구 못지않은 중국에 대한 식견을 갖췄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

그는 중국을 드나들면서 “중국인은 누구이며, 중국은 어떤 나라인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을 갖게 됐다. 이 책은 이런 의문에 대한 그 나름의 대답이다.

김씨는 직접 몸으로 겪은 중국의 사람과 풍경을 이 책에 담고 있다. 하지만 일반 여행기와 격이 다르다. 작가의 섬세한 촉감으로 막 기지개를 켜고 일어서는 중국이라는 ‘용(龍)’의 뒷다리만 붙잡지 않고 몸통까지 만져보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행길에 만난 중국 촌부가 보여주는 조국에 대한 자긍심에 두려움마저 느꼈습니다. 특히 희뿌연 새벽에 수만명이 운집한 가운데 톈안문 광장에서 거행되는 국기 게양식은 장엄 그 자체였습니다.”

그 역시 어느 사회나 마찬가지로 중국 속에 ‘그림자’가 없지 않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이 책에는 우리가 깊이 음미할 대목이 적지 않다.

첨단과학의 최고 브레인이 모인 칭화대학이 세계적 주목을 받은 데에는 인문학의 요람인 베이징 대학과의 상호협력과 의존이 있었다는 설명이 그렇다. 교수와 선배가 유망한 제자와 후배를 키우기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하는 아카데미 문화나, 중국의 대(大) 학자가 이방인 소설가에게 보여주는 깊은 호의는 이 책의 인상적인 대목이다.

“우리 눈에 아직 초라해 보이는 중국 대륙 저변에는 도도하게 흐르는 저력이 있습니다. 이를 알게되면 부러움을 참기가 어렵습니다. 당장 중국인의 약점을 지적하며 얻는 우쭐함이나 성급한 일확천금의 꿈보다는 그들을 경외하며 동반자로 삼으려는 신중함이 필요합니다.”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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