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종교는 성 차별의 마지막 성역인가?

  • 입력 2001년 12월 6일 18시 16분


최혜영수녀(왼쪽) 세등스님(오른쪽)
최혜영수녀(왼쪽) 세등스님(오른쪽)
신부와 수녀, 비구와 비구니, 남성 목사와 여성 전도사, 이들은 과연 21세기에는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까. 유명한 가톨릭 신학자 칼 라너는 ‘20세기 최대의 소요(騷擾)는 두차례의 세계대전이 아니라 여성들이 깨어난 일’이라고 말했다. 지난 세기에 여성은 참정권을 획득했고 직업선택의 한계도 극복했으며 가정에서도 어느정도 해방됐다. 그러나 아직도 종교에서만큼은 남녀 사이에 두터운 장벽이 가로막고 있다.

국내 개신교 불교 천주교 유교 등의 페미니스트들이 최근 ‘페미니즘이 종교를 바꿀 것인가?’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세미나 개최 장소는 경기 부천 가톨릭대 성심교정.

이번 세미나에는 수녀인 최혜영 가톨릭대 종교학 교수, 미국 버클리대에서 공부하고 들어온 비구니 세등(世燈) 스님, 뉴욕 유니온 신학대학원의 첫 번째 아시아인 교수 정현경씨, 성균관대 동양철학 강사 이숙인씨 등이 참석해 각 종교계에서 여성들이 받고 있는 차별을 고발했다.

최혜영 수녀는 1976년 교황청의 여성 사제직 불허 선언을 정면으로 비판하면서 “세례 받은 남녀는 평등하며 모든 성사(聖事)에 참여할 권리가 있는데 왜 사제 서품에서만 유독 여성을 제외하는가”라고 물었다. 최 수녀는 또 “1997년 신학분야 석·박사학위를 가진 수녀가 40명가량이었는데 2001년에는 110명 이상으로 늘어났다”며 “그러나 대학에서 전임으로 신학을 가르치는 수녀는 2명이고 게다가 여성신학을 강의할 수 있는 곳은 가톨릭대 성심교정뿐”이라고 지적했다.

세등 스님은 불교계에 팔경법(八敬法·비구니들이 비구에게 순종해야 하는 계율)이 지켜지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아직도 젊은 비구가 노비구니의 절을 앉아서 받는 것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고 밝혔다.

팔경법이란 ‘비구니는 계를 받은지 100년이 지났다 할지라도 오늘 계를 받은 비구에게 예를 다해 공경해야 한다’,‘비구니는 어떠한 이유에서라도 비구를 비방해서는 안된다’ 등 비구와 비구니의 관계에 대한 8가지 규칙을 정하고 있다.

세등 스님은 “조계종의 승려 중 절반 가량이 비구니인데도 81석의 종회의원 중 비구니는 10명에 불과하다”며 “비구니 종회의원은 또 전국비구니회 운영위원회의 추천으로 선출됨으로써 대다수 비구니에게는 종회의원을 뽑을 선거권도 주어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세등 스님은 이어 “조계종 25개 교구 본사(本寺) 중에서 비구니 본사는 한 곳도 없다”며 “게다가 본사 산중(山中)총회에 참석할 자격은 말사(末寺)주지 비구니에게만 주어질 뿐 비구니계를 받은지 20년이 지난 비구니에게도 자격이 주어지지 않는다”고 한탄했다.

정현경교수(왼쪽) 이숙인씨(오른쪽)

자유주의 여성신학자 정현경 교수는 이 시대의 두 남자 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과 오사마 빈 라덴이 남자다운 방식으로 맞붙어 초래한 최근의 사태를 비꼬면서 “나는 남자들끼리 모여 뭘 이뤄보겠다고 소리 꺅꺅 지르면서 끝까지 광분하면 닭살 돗는다. 정말 싫다. 그것이 부시군대 사령관이든, 탈레반이든, 교황청이든…”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지구 도처에서 폭력의 근원으로 작용하는 ‘다름의 광란’을 ‘다름의 축제’로 바꿀 주체는 여성”이라며 “결국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여성이 우리 모두를 구원할 날이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교권의 이숙인씨는 중국 동진때 사람 사안(謝安)의 처가 남편이 첩을 들이려 하자 반대한 일을 거론했다. 사안의 처는 남편의 조카들이 유교의 경전인 ‘시경(詩經)’의 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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