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인터뷰]백건우 "프랑스 풍경에서 포레를 느꼈다"

  • 입력 2001년 11월 27일 18시 40분


잔잔히 흔들리듯 흐르는 왼손 반주, 영롱한 무늬를 수놓는 오른손 선율….

백건우의 새 음반 ‘백건우, 포레를 연주하다’(데카)는 시작부터 듣는 이를 호젓한 마음의 심연으로 인도한다. 배우인 부인 윤정희가 직접 찍은 사진을 표지로 실은 새 앨범에는 포레의 ‘녹턴(야상곡)’ 다섯 곡, ‘바르카롤(뱃노래)’ 등 13곡이 실렸다.

백씨는 부산국제영화제 심사위원을 맡은 부인 윤씨와 함께 최근 고국을 다녀갔으며 지금은 프랑스에 체류중이다. 그와 전화인터뷰를 통해 새 음반에 대해 들어보았다.

-포레는 한국에서 ‘레퀴엠(진혼미사곡)’ 작곡가로 알려져있을 뿐, 피아노곡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작품 설명을 부탁하면.

“포레는 평생 성당 오르가니스트로 살았지만 그의 작품은 대부분 피아노곡과 피아노가 포함된 실내악곡이다. 그는 피아노곡을 통해 자신을 향해 속삭이는 듯한 친밀한 정서를 표현해냈다.”

-그가 표현하고자 한 정서는 어떤 것이었나.

“포레는 주변 사람들에게 따뜻한 신사로 비쳐졌지만, 사실은 현실에 안타까움을 갖고 이상과 꿈에 젖어 산 인물이었다. 예를 들어 그의 가곡 ‘꿈을 꾼 뒤에’는 언제나 도피하고 싶었던 그의 마음을 대변한다. 그의 피아노곡에는 이런 그리움과 동경이 표현되어 있다.”

-오래 전부터 포레의 피아노곡을 의욕적으로 연주회에서 소개해 왔는데….

“어려서부터 포레의 작품들을 즐겨 듣고 연주했다. 28세에 프랑스에 정착한 뒤 프랑스 출신인 포레의 작품 세계를 다시 들여다볼 수 있게 됐다. 프랑스 풍경 속에서 포레의 정서를 발견했기 때문일까, 피아노 선율 속에서 새소리 물소리 등이 들리는 것 같았다.”

-녹음과정은 순조로왔나.

“영국의 한 해안가 연주장에서 녹음이 진행됐다. 풍경도 아름답고 날씨도 좋아서 최상의 컨디션이었다. 소리가 잘 울리면서 퍼져나가지 않는, 훌륭한 음향조건을 갖추고 있어 오래전부터 염두에 둔 곳이었다. 여러 가지로 만족스러웠다.”

-몇년 전 인터뷰에서 ‘연습 때문에 부인과의 영화 구경은 엄두를 못낸다’고 말한 기억이 난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즐거웠나.

“숙소인 부산 파라다이스호텔에 피아노를 따로 마련해줄 것을 부탁해 연습을 계속했다. 모처럼 가족과 함께 영화를 관람할 기회를 가져 매우 즐거웠다. 부산의 어느 카페에 우리 가족 3명이 같이 앉아 있었는데 유리창 밖에 사람들이 우리를 보려고 새까맣게 몰려 놀란 적도 있었다. 딸(진희·바이올리니스트)에게 ‘이번 주인공은 내가 아니고 엄마란다’라고 얘기하며 즐거워했다.”

백씨는 내년 1월 호암아트홀 재개관 콘서트를 갖기 위해 다시 서울에 온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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