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수험생 학부모 '시험후 스트레스 증후군'

  • 입력 2001년 11월 22일 18시 46분


《12월3일 수능 성적 발표를 앞두고 수험생 자녀를 둔 주부 사이에 ‘시험후 스트레스 증후군’이 번지고 있다. 수험생이나 마찬가지로 고생해온 스트레스에다 이번 수능이 지나치게 어려운 탓에 성적이 떨어져 수험생과 함께 낙담하면서 우울해하는 것. 》

재수생 딸과 고교 3년생 아들을 뒷바라지해온 주부 박모씨(48·서울 서대문구 연희동)는 “지난해 수능 뒤 딸이 ‘문제가 쉬워 시험을 잘 치렀다’며 흥분했지만 결국 고득점자 사태가 생겨 낙담했던 기억이 생생하다”며 “올해는 시험 후 자매가 모두 ‘할 말이 없다’며 방에 틀어 박혀 사는 낙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지난해 교사 생활을 접고 고교 3년생 외아들을 돌봐온 주부 이모씨(46·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는 “시험이 끝나 한숨 돌리나 싶었는데 가채점한 성적이 나쁘게 나온 뒤로 남편과 언쟁이 늘었다”며 “아들과 이민이라도 떠나고 싶은 생각 뿐”이라고 말했다.

신경정신과 전문의들은 수험생을 뒷바라지해온 주부가 겪는 우울증은 대개 탈진 공허 낙담 좌절 불안초조 등의 증세를 보인다고 말한다.

탈진과 공허는 그간 스트레스가 쌓여 식욕 부진, 의욕 상실 등에 빠지는 것. 낙담과 좌절은 특히 가채점 결과가 나빠 자존심을 잃고 열등감에 빠지면서 나타난다. 불안과 초조는 수험생이 평소 성적 보다 수준이 높은 대학을 목표로 했다가 실패하면 어떻게 하나 하고 괴로워하는 주부 사이에 잦다. 이러한 증세는 한꺼번에 뒤섞여 나타나는 수가 많다.

서울 종로구 무악동 서현주 정신과의원 원장(02-733-8275)은 “이런 증세에 시달리는 주부는 성장한 아들 딸을 독립된 존재로 여기지 않고 ‘자신의 연장’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중년으로 접어들면서 자기 삶을 잃고 자식을 통해서 자기 정체성을 확인하려 하기 때문에 이같은 우울 증세가 잦다는 것. 서 원장은 “자녀의 성적이 터무니 없이 낮다면 재수의 기회를 주거나, 재수해도 크게 성적이 오르지 못할 것 같으면 기대치를 낮추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며 “이제는 자녀 스스로 선택을 하게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비슷한 처지의 주부와 털어놓고 이야기 하기 △여행 △취미 생활 등을 통해 이런 우울증을 극복할 수 있으며 이렇게 해도 나아지지 않으면 전문의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