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스테이크 명가의 요리 "그래, 이맛이야"

  • 입력 2001년 11월 15일 18시 38분


수석 요리사 폴 스미스
수석 요리사 폴 스미스
국내의 호주산 육우 소비가 급증하고 있다. 98년 9만t, 99년 18만t에 이어 지난해 24만t에 이르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의 식탁에 오르는 호주산 육우를 호주 요리사들은 어떻게 만들까. 호주축산공사(MLA)의 소개로 대륙 서쪽 끝인 퍼스 교외의 전통 레스토랑 디어 프렌즈와 동쪽 끝인 시드니 번화가의 현대식 레스토랑 록풀을 찾아가 전혀 다른 방식으로 내오는 호주산 스테이크의 맛을 음미해 보았다.

#디어 프렌즈

호주요리연구소(CIA)로부터 ‘호주 베스트 레스토랑’에 뽑힌 명가. 드넓은 포도밭과 초원 한가운데 자리했으며 입구에 호주 특유의 거대한 모턴 베이피그 나무가 ‘스테이크의 품질을 지키는 수호신’처럼 서있다.

빅토리아조의 고풍스러운 실내 장식에 걸맞게 이곳의 요리 비법은 요리 장식을 써서 우아한 고전미(味)를 부각시키는 것.

스테이크는 요리 망치로 두들겨 편 고기에다 과일 야채즙 식용유 등을 골고루 발라서 재워둔 것을 구운 것이다. 굽는 도중 와인에 적시기도 한다.

다 구운 스테이크 위에는 으깬 감자가, 그 위에는 발그스름한 브로치 모양의 구운 호주 호박 한 조각이 있다. 입 속에서 바삭하는 소리와 함께 매큼한 맛이 감돈다. 스테이크 주변에는 ‘머시룸 와인 소스’가 고여 있다. 달군 프라이팬에 버터를 녹이고, 버섯을 볶은 다음 적포도주와 육수를 부어 오랫동안 약한 불기에 데운 것이다. 고기 살점에 살짝 묻혀 먹으면 호주산 스테이크의 연하고 달착지근한 맛이 입 속을 촉촉이 적신다.

스미스는 “한국 소비자들이 먹는 스테이크와 비슷한 비육우로 요리했다”며 “포도주를 곁들이면 호주 스테이크의 진미를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드니 레스토랑 록폴의 스테이크

#록풀

시드니의 명물 오페라하우스에서 5분 거리. ‘심플하면서도 현대적인 스테이크의 미학(味學)’을 내세워 요리 잡지들의 주목을 받아왔다.

록풀의 미학(味學)은 스테인리스와 유리로만 꾸민 현대풍 실내 장식에서도 드러난다.

수석 주방장 칸 데니스는 “요리 장식을 쓰지 않는다”며 “호주산 고기의 ‘아름다움’을 최대화하는 것이 비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격은 비싸지만 520일 동안 비육시킨 고기만을 쓴다”고 했다. 호주 최장의 비육기간을 거친 세계 최고 수준의 고기로 승부한다는 전략. 버터를 섞은 시금치를 갈아서 파란색 과일 한 토막처럼 모양을 낸 ‘굳힌 소스’를 내온다. 스테이크를 찍어 먹으면 담백한 느낌.

한입 크기의 아담한 전식(前食)들은 호주산 스테이크 맛을 최고조로 이끄는 계단 같은 역할을 한다.

우선 훈제 굴을 얹은 보리 비스킷. 그리고 종지 속에 퍼머슨 치즈와 호박죽을 담아 내온다. 호주 진흙 속에 사는 게의 속살을 로즈메리 향료에 적셔서 동그랗게 감싼 이탈리아 만두 레비올리를 먹고 나면 회심의 스테이크 요리가 나온다.

▼호주산 쇠고기 생산과정/밀-호주콩 '루핀' 섞은 특별식 먹고 자라▼

‘호주산 쇠고기’는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질까. 호주 퍼스 인근에 농장을 갖고 있는 수의사 다이애너 노틀을 따라가 그 모든 과정을 살펴보았다. 노틀씨는 한국의 ‘OK 미트’에 ‘Feel 소 good’이라는 상표의 쇠고기를 공급하는 네부르 농장을 경영하고 있다.

호주산 소들은 출생 후 12개월까지 평원에서 방목된다. 단백질이 많은 클로버와 잡풀이 주요 식단. 호주 서부는 건기인 여름철에 풀이 마르므로 겨울철에 풀 더미들을 커다란 융단처럼 말아뒀다가 여름에 풀어낸다. 이 같은 풀 더미들은 호주에서 매년 수억개가 만들어진다. 노틀씨의 농장에 12개월 넘은 소들을 제공하는 블라이더우드 농장의 저프 맥라티는 “소들이 기계를 싫어해서 지프 대신 말을 타고 소떼를 친다”고 말했다.

노틀씨의 농장은 비육 전문. 좁다란 옥내 육우 방식은 소들에게 스트레스를 주기 때문에 하지 않는다. 노틀씨는 “소들에게는 밀(60%)과 호주 특산 콩인 루핀(20%) 등이 주식”이라고 말했다. 특히 짚을 발효시킨 사일리지의 경우 ‘소들을 위한 맥주’격으로 매일 소들의 기분을 돋운다. 소들은 네브루 평원 지하 호수의 천연수를 마신다.

노틀씨의 농장에는 한국 수출용으로 특별히 키우는 ‘테드’라는 소가 있었다. 테드를 1년간 돌봐온 ‘카우걸’ 미스티는 “그간 너무 정이 들었다”며 “도축하는 날 나는 여행에 나설 것”이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도축은 냉엄하다. 그러나 소들의 고통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법규가 있다. 샤워를 마친 소들은 일체의 비명이 들리지 않는 방으로 들어가 몇 초 만에 도축된다. 안심 등 22가지 부위로 분해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시간.

‘Feel 소 good’의 경우 220일가량 비육시킨다. 이럴 경우 먹는 대로 살이 돼 가격 경쟁력이 있으며 고기가 부드럽다. 블라이더우드 농장은 우윳빛 지방이 잘 배어드는 ‘쇼트혼’과 단백질이 풍부한 ‘시멘탈’을 교잡시킨 소들을 키운다. 이 교잡종은 지방과 고기의 부드러움이 한우에 가장 가깝다는 설명이다.

<시드니·퍼스〓권기태기자>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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