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인터뷰]김동률 "여유있게 느낌가는대로 만들었어요"

  • 입력 2001년 11월 14일 18시 20분


가요계 흥행 속설중 한가지.

노래에 ‘억지’나 힘이 들어가면 망친다는 것이다.

음반회사인 유니버설 코리아의 이찬희 사장도 “노래는 자연스러운 게 좋다”며 최근 20대 팬 위주의 발라드 바람을 ‘편안함의 미학’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가수 김동률(27)의 3집 ‘귀향(歸鄕)’에 몰리는 팬들의 관심도 그 대표적인 사례다.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를 타이틀곡으로 내놓은 새 음반은 10여일만에 13만장을 기록하며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3집은 ‘자연미’를 강조했다는 점에서 지난해 나온 2집과 사뭇 다르다. 2집은 미국 버클리 음대에 유학하면서 배운 ‘실험’이 불협화음 등으로 덜 여문채 배어 있었다.

“버클리에서 엄청 깨졌습니다. 나도 한국에선 ‘알아주는’데 그곳은 음악 천재들의 천국이었어요. 자괴감 때문에 내 음악에 대한 회의도 들었구요. 2집은 그런 고민이 정리되지 않은 ‘몸부림’이었습니다. 그러니 팬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리 있겠어요.”

그러나 2집의 저조한 성적이 주는 교훈이 컸다.

새 음반이 한결 편하게 다가오는 게 그 이유다. 그도 “여유있게, 느낌가는대로 음악을 만들었다”고 말한다. 음반 타이틀을 ‘귀향’이라고 붙인 이유도 그런 의미.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는 서정적 선율과 목소리의 결이 그대로 묻어나는 창법을 내세웠다. 이전 김동률과 거의 다른 게 없다. 그러면 버클리 유학은 헛된 것일까.

“아닙니다. 한국적 팝의 정체성을 자문했어요. 남미는 라틴 팝, 일본은 J-팝 등 고유의 색깔을 띠고 있는데 한국의 K-팝은 어떨지를 탐색했습니다. 우리가 살결을 태우고 리듬앤블루스를 불러봤자 그게 진짜가 아니잖아요.”

김동률은 아직 K-팝의 실체를 구체적으로 모른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사물놀이의 신명이나 국악의 가락이 외국 음악인들의 찬사를 받는 것을 보면 우리 가락에 뭔가 있을 것 같다고.

새 음반에서 이적과 듀엣으로 부른 ‘우리가 쏜 화살은 어디로 갔을까’는 재즈 리듬에 장고 꽹과리 등 사물놀이 장단을 접목시켰다. 수록곡 ‘자장가’도 마찬가지.

3집을 계기로 팬들의 귀에 대해 놀랐다. 홈페이지에 “목소리를 더욱 탱클탱글하게 하는 게 좋을 뻔 했다. 베이스(저음)이 너무 묻혔다”는 등 전문적 평이 올라온다.

“팬들에게 속내를 들켜버렸어요. 그만큼 음악을 꿰뚫고 있다는 겁니다. 그들 앞에 겸손하는 것이 곧 음악에 억지를 거르는 비결인 것 같습니다.”

3집 활동을 위해 휴학중인 그는 내년에 버클리음대에 복학한다.

팬들이 무섭다.

<허엽기자>he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