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학문 육성' 심포지엄 "박사학위 소지자 중등교원 활용"

  • 입력 2001년 11월 11일 18시 34분


2002년부터 3년간 기초학문 분야 육성을 위해 연 1000억원씩 투입될 정부지원금은 어떻게 쓰여져야 할까? 9일 이화여대에서 열린 ‘기초학문 육성을 위한 정책심포지엄’은 그 청사진을 밝히고 여론을 수렴하는 자리였다. 이날 심포지엄은 기초학문육성위원회(위원장 정대현 이화여대 철학과 교수)가 주최한 행사로 이 위원회는 교육인적자원부 위촉으로 구성돼 이 문제를 검토해 왔다.

위원회는 이날 기초학문 육성방안으로 △박사학위자를 중등학교 교원으로 배치하고 △대학 부설 기초학문 연구소를 중점적으로 지원하며 △박사, 박사후 과정자들을 연구교수, 국가연구원으로 채용할 것 등을 제안했다.

위원회가 그동안 검토한 기초학문 육성방안의 핵심은 ‘어떻게 기초학문 전공자들의 직업적 안정이 보장되는 네트워크를 만들어 연구 후속세대를 안정적으로 길러낼 것인가’에 있었다.

심포지엄에서 김하석위원(서울대교수·화학)은 “전국 1만여개 중고등학교에 30년 임기의 박사교사가 한 명씩만 배치된다고 해도 연 300명씩의 박사학위자 수요가 창출된다”며 “그러나 현재 중등교사와의 관계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위원회는 박사학위자들에게 중등교사 임용고시 응시자격을 주고 시험시 가산점, 채용 후 적정 수준의 호봉 보장을 제안했다.

위원회 발제 이후 2시간동안 이어진 토론에서는 기금 지원사업을 선정할 때 평가 방법에서부터 국가적 인력정책 부재 문제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의 의견이 개진됐다.

이화여대 박은정교수(법학과)는 “‘논문 쓰느라 연구할 시간이 없다’는 현재의 역설을 극복하려면 논문 편수보다 질을 평가할 수 있는 국가적 차원의 상설 평가시스템부터 만들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려대 김흥규 민족문화연구원장(국문과)은 “사업 성공의 관건은 지속성에 있다”며 “3년이든 5년이든 국가 지원이 끝나고 난 뒤에도 지원받은 기관이 얼마나 자립적으로 연구를 지속할 수 있는지가 선정기준이 돼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관복 교육부 학술담당과장은 “각 대학 기초학문관련 연구소의 경우 전임연구원조차 확보하지 못한 곳이 많다는 현실을 알고 있다”며 “이번 사업에서는 프로젝트가 선정되면 인력채용까지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기초학문의 특성을 고려해 연구소나 대학간 컨소시엄 형태의 연구 뿐 아니라, 개인이라 할지라도 프로젝트 내용만 우수하면 선발하는 ‘과제중심형’으로 사업을 운용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연세대 김도형교수(사학)는 “현행 학부제 시행으로 기초학문이 고사하는 교육정책의 문제점을 비켜가면서 연구소 지원만 얘기하는 것은 미봉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김남두위원(서울대교수·철학), 손욱삼성기술원원장 등은 “기초학문 뿐 아니라 고급인력육성과 수급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종합정책이 없다”며 “국가경쟁력을 키우는 수십년 단위의 장기 정책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심포지엄의 발표문은 한국학술진흥재단 홈페이지(http://www.krf.or.kr)에서 볼 수 있다.

<정은령기자>ryu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