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賂 物(뇌물)

  • 입력 2001년 11월 1일 18시 34분


賂 物(뇌물)

賂-줄 뢰 緣-인연 연 災-재앙 재

妾-첩 첩 臥-누울 와 膽-쓸게 담

우리나 중국이나 다 같은 農耕民族(농경민족)이고 또 家族(가족)이라고 하는 共同體(공동체)를 바탕으로 출발한 社會(사회)였던 만큼 나보다는 家族, 마을, 나아가서는 社會로 이어지는 ‘集團(집단)의 調和(조화)’를 무척 중시했다. 자연히 個人(개인)은 경시되었으며 특히 個人主義는 용납되지 않았다.

이 점은 한자에서 ‘하나’를 뜻하는 個(낱 개) 單(홀로 단) 獨(홀로 독) 孤(외로울 고) 一(한 일) 私(사사로울 사) 등과 같은 글자로 이루어진 단어 치고 좋은 뜻을 가진 것이 많지 않은 것으로도 알 수 있다.

그런데 그 集團을 이루는 데 중시되는 것은 ‘關係(관계)’, 곧 人間關係이다. 그래서 血緣(혈연)이니 學緣(학연), 地緣(지연)이 중시되어 宗親會(종친회)니 同窓會(동창회), 鄕友會(향우회)가 많기도 하다. 이도 저도 아닐 때는 엉뚱한 방법을 모색하게 되는데 이 때 이용되는 것이 賂物이다.

역사에서 보면 賂物 때문에 一身의 災殃(재앙)을 초래한 것은 물론 나아가 亡國까지 부른 사건이 非一非再(비일비재)했음을 알 수 있다.

戰國時代(전국시대) 呂不韋(여불위)는 韓(한)나라 陽翟(양책)의 상인으로 소금과 비단으로 巨富(거부)가 된 자였다. 한 번은 趙(조)의 수도 邯鄲(한단)에 들렀다가 우연히 人質(인질)로 와 있던 秦(진)의 王子 子楚(자초)를 만나서는 상업의 鬼才(귀재)답게 첫 눈에 값어치를 꿰뚫어 보았다. 그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탄성이 터져 나왔다.

‘음, 투자해 볼 만한데!’(奇貨可居!)

요즈음의 投機(투기)는 주로 땅이나 건물 등 부동산에 국한되어 있지만 놀랍게도 그는 ‘사람’, 그것도 ‘天子의 자리’를 투자의 대상으로 삼았던 것이다. 이 때부터 그는 子楚에게 갖은 賂物과 함께 이미 임신한 愛妾(애첩) 趙姬(조희)까지 바쳐 자신의 아들인 秦始皇(진시황)을 낳게 하고 후에 國相이 되어 富貴榮華(부귀영화)를 다했지만 끝내는 참혹한 죽음을 당해야 했다.

臥薪嘗膽(와신상담)의 고사는 다 안다. 吳王(오왕) 夫差(부차)에게 패한 越王(월왕) 勾踐(구천)은 방안의 서까래에다 쓰디쓴 돼지 쓸개를 매달아 놓고 자나깨나 핥으면서 복수의 칼을 갈았다. 이와 함께 天下一色 西施(서시)를 賂物로 바쳐 夫差의 넋을 빼버린 다음 破竹之勢로 몰아 마침내 吳나라를 멸망시킨 일화는 유명하다. 賂物로 亡身(망신)은 물론 亡國(망국)까지 초래할 수 있음을 알겠다.

鄭 錫 元(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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