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光化門 (광화문)

  • 입력 2001년 10월 30일 18시 28분


光化門(광화문)

光-빛 광 化-될 화 闕-대궐 궐

疆-끝 강 迎-맞을 영 樓-누각 루

‘景福宮(경복궁)’은 ‘큰 福을 내리는 宮闕(궁궐)’이라는 뜻으로 임금의 萬壽無疆(만수무강)과 福을 기원하는 백성들의 소박한 염원이 담겨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 景福宮이 완성되고 난 뒤인 1399년, 宮闕의 동서남북 사방에 각기 대문을 내고는 建春門(건춘문), 迎秋門(영추문), 光化門(광화문), 神武門(신무문)이라 하였으니 光化門은 景福宮의 正門이자 南門(남문)인 셈이다.

景福宮과 함께 壬辰倭亂(임진왜란) 때에 불타 없어졌던 것을 大院君(대원군)이 景福宮을 重建(중건)하면서 1865년에 다시 지었다. 景福宮의 正門으로 王室과 國家의 상징이었던 이 문은 그 뒤 日帝(일제)의 문화말살정책으로 景福宮의 여러 곳이 헐려나가고 총독부 청사가 들어설 때 建春門 북쪽으로 옮겨졌으나 그나마도 한국전쟁 때에 폭격으로 석재만 남고 전소되고 말았다.

현재의 光化門은 1968년에 석축의 일부를 수리하고 門樓(문루)를 철근 콘크리트로 중건한 것이다. 문의 아래쪽은 돌로 쌓아 올린 3개의 아치형 문으로 되어 있고 그 위는 門樓인데 2층으로 되어 있다. 光化門은 景福宮의 여러 건축물 중 가장 뛰어나다는 정평이 나 있으며 특히 균형과 조화가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규모 또한 웅장한 것이 특징이다.

‘光化’에는 두 가지의 뜻이 깃들어 있다. 하나는 ‘光天化日(광천화일)’의 준말이다. 光天은 햇빛 찬란한 하늘이며 化日은 太平無事(태평무사)의 뜻으로 혼란, 암흑과 상대적인 뜻을 담고 있다. 곧 光天化日은 ‘太平聖代(태평성대)’를 뜻한다고 하겠다.

또한 ‘光化’는 임금의 德化(덕화)를 상징하기도 한다. 中天(중천)에 떠 있는 햇살은 높은 곳, 낮은 곳, 깨끗한 곳, 더러운 곳을 가리지 않고 坊坊曲曲(방방곡곡) 어디나 고루 비춘다. 임금의 크나 큰 德 역시 햇빛처럼 전국의 백성들에게 골고루 미친다는 뜻이다. 곧 景福宮이 백성의 염원을 담은 것이라면 광화문은 이에 답하는 帝王(제왕)의 의지를 담은 셈이다. 이처럼 和答(화답)의 의미를 담은 건축물이 또 있을까.

‘光化’가 ‘太平聖代’든 ‘임금의 德化’든 그 속에는 매우 심오한 의미가 담겨져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심오한 뜻은 우리가 漢字를 익힘으로써 이해할 수 있다. 단순히 ‘광화문’이라고 썼을 때 그 누가 깊은 뜻을 헤아릴 수 있을 것인가. 그냥 군대처럼 숫자로 ‘123문’이라고 하는 것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鄭錫元(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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