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재난관리체계는]현장활동 응급의료진 절대부족

  • 입력 2001년 9월 17일 18시 51분


월드컵대회라는 초대형 국제 스포츠행사를 앞둔 한국의 재난관리체계는 어떨까. 삼풍백화점 붕괴사건 등 숱한 사건사고를 겪으면서 국내 재난관리체계도 상당한 궤도에 올랐다고 보지만 내실 부족을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재난관리체계〓성수대교 붕괴(94년 10월)와 아현동 도시가스 폭발(94년 12월), 502명의 목숨을 앗아간 삼풍백화점 붕괴(95년 6월) 등 참사가 잇따르면서 ‘총체적 안전 불감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들끓자 95년 7월 재난관리법이 제정됐다.

재난관리법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별로 재난시 업무범위를 정하고 인명구조, 응급조치, 사고대책본부 운영 등 재난대처에 관한 ‘알파와 오메가’를 규정하고 있다.

핵심은 응급의료시스템. 인명을 구조하더라도 제때 응급처지, 병원이송, 치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목숨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1339 응급정보센터’를 통해 현장 구급대원에게 병원 정보 등을 제공하고 있다.

■서울시 방재본부 응급의료진■

응급의학전문의 간호사응급구조사간호 조무사구급관련교육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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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관리체계의 문제점〓전문가들은 ‘응급의료진의 절대부족’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한다. 서울시 소방방재본부 소속 응급의료 전문의는 고작 1명. 구급관련 자격자 1211명 가운데 재난현장에서 심폐소생술, 약물투여 등 응급처치가 가능한 1급 응급구조사는 141명에 불과하다.

또 3명의 구급대원이 타는 구급차를 제대로 가동하기 위해서는 구급차 1대당 4.5배(상시운영계수)인 13.5명이 필요하지만 대부분의 소방서는 4∼6명으로 운영하고 있다.

신고체계 일원화의 목소리도 높다. 미국은 재난의 유형에 관계없이 911로 전화하면 되지만 우리는 112(범죄) 113(간첩) 119(화재 및 응급환자) 1339(응급정보) 등으로 분산돼 있어 혼란스럽다.

구급대원들은 “미국은 ‘선한 사마리아인의 법’ 등을 통해 응급구조사들의 면책을 보장하지만 우리는 이 같은 법이 없어 모든 책임을 우리만 져야 하기 때문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기 쉽다”고 입을 모았다.

▽뉴욕테러에서 배울 점〓용산소방서의 1급 응급구조사 곽창승씨(35)는 구조현장에서 엄격한 통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맨해튼 참사의 경우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차량의 통행을 선별하는 등 엄격한 현장통제가 이뤄졌다.

또 세계무역센터가 6개월에 2, 3차례 불시에 테러대응 훈련을 계속해 온 것도 그나마 사상자를 줄일 수 있었던 비결로 지적된다.

서울시 소방학교의 이승한(李承韓·응급의학 전문의) 교수는 “재난관리는 단순히 구조와 구급으로 끝나지 않는다”며 “이번 뉴욕 참사를 계기로 예방에서 재난현장의 처리까지 국내 재난관리체계를 총체적으로 점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지완기자>marud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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