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질긴 생명력이 우릴 닮았죠"…유황호씨의 자생화 예찬

  • 입력 2001년 8월 22일 18시 55분


유황호씨가 자식처럼 아끼는 자생화
유황호씨가 자식처럼 아끼는 자생화
“작고 볼품없는 들꽃 하나에도 놀라운 생명의 신비가 담겨 있어요.”

여러 해 동안 이 땅에서 우리 민족과 함께 살아온 자생 야생화를 키우는 유황호씨(43)의 자생화 예찬론이다.

경기 양주군 장흥면 교현리 ‘자비 식물원’의 주인인 그는 3000여평의 부지에 자라는 150여종의 자생 야생화에 인생을 걸었다. 양주군 토박이인 그는 10여년 전 자생화에 눈을 돌려 94년부터 본격적으로 야생화 식물원을 열 준비를 해 99년 4월 정식 개원했다.

지금은 존경의 눈빛으로 변했지만 초기에는 고추나 배추를 심는 밭에 ‘쓸모없는 풀’을 심는다고 동네 주민들의 손가락질을 받기도 했다. 자생화들은 대체로 꽃 피는 기간이 짧은 데다 겨울에는 황량한 들판에서 뿌리로만 생명을 이어가므로 별로 눈에 띄지 않기 때문. 꽃 한 포기를 얻기 위해 강원도 산골을 비롯해 전국을 돌아다닌 것도 셀 수 없을 정도였다.

숱한 어려움을 이겨내고 점차 소문이 나면서 서울을 비롯해 경기 의정부시, 고양시 등지의 학부모와 어린이들이 찾아와 이제는 사전 예약을 받아야 할 정도로 방문객이 늘었다.

“꽃이 없다고 볼품없는 게 아니죠. 싹이 돋아날 때나, 숨죽여 생명력을 이어가는 한겨울에 더욱 우리 자생화의 멋이 드러납니다.”

그의 식물원은 농약을 일절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벌레가 많이 생기고, 이를 잡아먹는 새들도 모여들어 그야말로 생생한 자연생태계가 형성돼 있다. 해외에서 개량돼 백합이 된 ‘섬말라리’, 출혈 상처에 효과 좋은 ‘둥근잎꿩의비름’, 잎과 꽃이 따로 떨어져 있는 ‘상사화’, 꽃피기 전까지는 향이 강해 벌레가 근접하지 못하는 ‘배초향’ 등 보통 사람들이 잘 들어보지 못한 야생화가 널려 있다.

어릴 적 개발되지 않은 자연 속에서 성장한 유씨는 ‘자연이 나의 스승이었다’고 말했다. 자연에서 자생화의 멋을 배웠고 그 소중함을 언제나 피부로 깨달았다는 설명. 94년부터 북한산 자락에 들어설 계획이었던 송전탑을 막는 운동에 앞장선 것도 자연을 살리기 위한 노력의 하나였고 이 운동이 자생꽃 식물원을 만드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구파발에서 349번 지방도를 타고 장흥방면으로 가면 장흥검문소 100m전방 오른쪽에 간판이 보인다. 고양 등지에서는 39번 국도를 타고 의정부 방면으로 가다 역시 장흥검문소에서 구파발쪽으로 우회전해 100m 내려가면 왼쪽에 표지판이 보인다.

10명 단위로 미리 전화예약을 하면 유씨가 직접 안내도 해준다. 주차공간은 넉넉하며 입장료는 어른 2000원, 어린이 1000원. 031-826-4202

<양주〓이동영기자>argu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