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代에 걸친 '이두 사랑'…장세경 교수,'이두자료읽기사전'펴내

  • 입력 2001년 8월 22일 18시 36분


2대에 걸친 이두 연구의 성과가 ‘이두자료 읽기 사전’(한양대 출판부)이란 결실로 세상에 나왔다. 25년전 아버지와 아들의 공저로 출판됐던 ‘이두사전’이 이번에는 아들인 장세경 한양대 명예교수(70·사진)의 이름으로 전면 개정증보돼 출간된 것. 이두란 한자의 음과 뜻을 빌어 우리말을 적은 표기법으로 신라 때 특히 발달했고 조선시대까지도 꾸준히 사용됐다.

1500여개였던 표제어는 약 2500개로 늘었고 예문도 대폭 보강됐다. 여기에 새로 덧붙인 ‘특수용어사전’의 1800여 어휘를 합치면 표제어는 총 4300개에 달한다. ‘특수용어사전’은 각종 공(公)문서 사(私)문서에 나오는 단어들을 모은 것으로, 이두로 된 여러 문서들을 읽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다.

장 명예교수는 연세대 국문학과에 재직 중이던 아버지 장지영 교수(1887∼1976)의 수업을 들으며 대학시절을 보냈고, 졸업후에는 은퇴하신 아버지를 도와 ‘이두사전’을 만들었다. 작업을 다 마치지 못하고 부친이 작고하자, 장 교수 혼자 ‘이두사전’을 마무리지어 부친의 영전에 바쳤던 것이 1976년. 주시경 선생의 제자였던 아버지는 1942년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그러나 1980년대 후반∼1990년대 초반에 걸쳐 고려시대 및 조선시대의 이두 관련 자료들이 대거 발굴됨에 따라 기존의 ‘이두사전’은 제 역할을 할 수 없게 됐고, 장 교수는 ‘이두사전’의 전면증보 작업에 들어갔다.

사전 편찬이 워낙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작업인데다 장 교수의 제자들이 한글 세대인 까닭에 이들의 도움을 받는데도 한계가 있었다. 결국 장 교수는 정년퇴임을 한 후에야 이 일에 본격적으로 매달릴 수 있었고 이제야 새로운 사전을 내놓게 된 것.

그는 요즘 자신이 근무하던 한양대의 중앙도서관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그가 담당하는 일은 고전자료를 정리하는 것. 힘들지 않느냐고 묻자 허허 웃으며 대답한다.

“매일 나갈 데가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합니까?”

<김형찬기자>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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