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일본 인성중심 유아 놀이교육 각광

  • 입력 2001년 8월 22일 18시 33분


《‘머리만 좋은 천재보다 가슴이 따뜻한 ‘인간’이 돼라.’ 현재 일본 유아교육계의 화두(話頭)는 인성교육이다. 영재교육과 조기교육을 표방하는 명문 사립유치원 진학을 출세와 직결시키려는 일부 ‘극성파’ 부모들도 여전한 것이 사실. 하지만 어린이들이 저지르는 살인, 가혹한 이지메 등 일련의 사회적 현상으로 충격에 빠진 어른들이 근본적인 인성교육을 요구하면서 이를 표방하는 놀이교육이 각광을 받고 있었다.》

◇이지메-어린이 살인에 충격

1979년 일본의 만 5세 어린이 수는 249만여명. 하지만 출산율 감소가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면서 20여년 만에 178만명으로 줄어들었다.

이에 각종 유아교육기관들도 원생 확보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지만 놀이교육을 표방하는 유아교육기관에는 오히려 대기자들이 줄을 잇고 있다.

17일 정오 일본 오키나와(沖繩)현 나하(那覇)시의 도무보육원. 오키나와 최대규모를 자랑하는 이곳에서는 만 0∼4세 아이 240여명이 30여명의 보육사 및 보조교사 등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이 보육원에서 가장 시선을 끈 것은 뜀틀 매트 훌라후프 등 각종 체육기구가 빼곡하게 들어선 실내체육관.

마음껏 던지기놀이를 할 수 있도록 천장에 매달린 형광등마다 보호망을 씌운 것이나 나무 바닥 밑에 고무판을 깔아 넘어져도 충격을 덜 받게 하는 등 섬세한 배려가 엿보였다.

15년 전에 세워져 시설은 다소 낡은 편이지만 놀이교육을 전면에 내세우는 교육방식을 선호하는 부모들 덕에 입학 대기자가 끊이지 않고 있다.

◇양로원 연계 전통예절등 배워

다카에스 이사오(高江洲功·47) 원장은 “일본의 유아교육기관은 ‘지식교육중심’과 ‘놀이교육중심’으로 양분화되고 있는 추세”라며 “지식인이나 중상류층 부모일수록 ‘놀이교육기관’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인성교육을 위해 양로원과 유아교육기관을 접목하는 방식도 등장했다.

도쿄(東京) 근교 시즈오카(靜岡)현의 고카보육원 원생들은 산책 때마다 옆 건물에 있는 혼다산장에서 생활하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손을 잡고 나선다. 6년 전부터 마련된 보육원-양로원 연계프로그램으로 아이들이 전통예절은 물론 옛 놀이와 노래 등을 배울 수 있게 됐다. 아이들과 노인들은 물론 학부모들로부터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프로그램을 도입한 교육기관은 전국적으로 200여개에 달할 정도로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상대방 이해-생명 존중 일깨워

현재 일본 유아교재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유아교육사업체 ㈜메이토사도 놀이를 통한 ‘마음 교육’을 표방하고 있다.

장갑 끝에 단추를 붙여 각종 물체를 두드리고 친구들과 함께 손가락을 부딪치며 합주를 하는 ‘핑거 탑’이나 동화책을 읽고 이를 연극으로 꾸미는 ‘오페레타’등이 메이토사가 개발한 대표적인 놀이교육 프로그램이다.

메이토사의 연구기관인 사단법인 일본유년교육연구회 다케이준(竹井純·60) 회장은 “인터넷 게임문화 등으로 점차 정서가 메말라 가는 아이들이 집단놀이를 통해 서로 몸을 부대끼다보면 상대방의 감정을 이해하고 생명을 존중하는 정신을 배우게 된다”고 말했다.

<오키나와〓김현진기자>bright@donga.com

◇정서발달-창의력 쑥쑥…'놀이 베스트3'

《17∼19일 일본 오키나와현 나하시에서 열린 놀이교육세미나에는 한국보령메이토(www.bome.co.kr, 02-708-8291∼2)후원으로 5명의한국인 교사들도 참가했다.

행사에 참가한 경기 안양시 하나유치원 정찬월 이사장(53), 성남시 분당 상탑초등학교 병설유치원 김달숙교사(43), 부산 하나미술학원 김지선원장(34), 부산 신동원유치원 박미영교사(28), 경기 양주군 하늘어린이집의 이종석교사(32)가 꼽은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베스트3’를 소개한다.》

■종이놀이

생명이 없는 것을 살아있다고 여기는 ‘애니미즘’을 이용해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게 하는 놀이. 찢은 색종이를 스케치북에 붙인 뒤 얼굴, 손, 발을 그리기만 해도 재미있는 생명체가 된다. 쭈그려서 뭉친 종이에 눈을 붙여도 만화 같은 캐릭터가 탄생한다. 어린이의가 직접 의미를 부여하면서 생명을 불어넣는 과정은 정서발달에 도움이 된다.

■찰흙놀이

아이와 함께 동화책을 읽으면서 이야기가 말하고자 하는 교훈에 대해 대화를 나눈다. 이야기를 바탕으로 찰흙이나 유성점토, 지점토로 등장인물들을 빚는다. ‘무 이야기’ ‘아기돼지 삼형제’ 등 등장인물의 수가 적고 동물이 등장하는 동화가 적당하다. 예쁘게 만드는 것보다 인물의 표정을 잘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서 아이가 스스로 창의적인 해석을 해 나갈 수 있도록 유도한다.

■줄넘기

활용도가 무궁무진하다. 줄넘기를 길게 일직선으로 놓고 지그재그로 줄을 밟지 않고 건너가게 하면 평형감각을 익힐 수 있다. 작은 원을 만들어 노래를 부르다가 먼저 원에 들어가는 놀이나 줄넘기를 양손으로 잡고 중간에 발 하나를 걸쳐 오토바이를 타는 듯한 동작을 취하게 하는 것도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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