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삽살개 "누명 벗겨줘요"

  • 입력 2001년 8월 20일 18시 37분


삽살개가 과연 독도의 괭이갈매기를 해치는 주범인가.

환경부가 최근 독도에 살고 있는 삽살개 7마리를 괭이갈매기, 바다제비 등 독도해조류(천연기념물 제336호)를 죽이는 ‘해로운 동물’로 규정하자 독도 경비대원들은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환경부 조사단은 지난달 25일 독도의 생태조사를 한 뒤 독도의 삽살개를 없애는 것이 좋겠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환경부 자연생태과 이윤섭(李允燮) 사무관은 “해안가에 죽어있는 괭이갈매기는 대부분 목이 부러진 상태였다”며 “박사급 조사단원들의 조사결과이므로 삽살개가 괭이갈매기를 물어뜯었다고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괭이갈매기의 부러진 목이 개에 물렸는지 어디 부딪혀 부러졌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삽살개와 24시간 함께 생활하는 독도 경비대원들의 말은 환경부의 주장과 다르다. 암벽에 주로 서식하는 괭이갈매기를 삽살개가 잡거나 괴롭히는 장면은 본 적이 없고, 가파른 바위에 삽살개가 접근하는 것도 어렵다는 것. 한 대원(21)은 “삽살개는 경비대원들의 막사 주변에서 주로 돌아다니고 대부분 눈에 띄는 곳에 있다”며 “삽살개가 괭이갈매기를 죽이거나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독도의 동도와 서도에는 괭이갈매기뿐만 아니라 20여종의 조류 수천마리가 살고 있다. 15년 전부터 독도에 드나드는 어민들은 “삽살개가 없던 과거에도 해안가에는 죽은 괭이갈매기가 많았다”며 “날아다니거나 바위 끝에 즐겨 앉는 새를 개가 잡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인환(鄭寅煥·24) 독도경비대장은 “삽살개가 괭이갈매기를 마구 잡았다면 경비대원들이 먼저 알았을 것”이라며 “새를 죽인다는 ‘누명’을 쓰고 삽살개가 독도에서 쫓겨나야 한다는 소식에 대원들은 어안이 벙벙하다”고 말했다.

경북경찰청은 환경부의 요청에 따라 이달말 어미 7마리 중 3마리는 울릉도로 보내고 4마리만 독도에 남겨두기로 했다. 삽살개는 13일 새끼 5마리를 또 낳아 독도에 있는 삽살개는 모두 12마리. 경북경찰청 관계자는 “환경부의 요청을 무시하기 어려워 삽살개 수를 줄일 방침이지만 독도 수호의 상징인 삽살개가 느닷없이 생태계 파괴의 주범으로 몰려 쫓겨나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대구〓이권효기자>sapi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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