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야 잠좀 자자" 서울 주택가 소음피해 민원 줄이어

  • 입력 2001년 8월 10일 18시 37분


‘맴 맴, 찌∼르르르.’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사는 차모씨(27)는 요즘 매미 소리에 밤잠을 설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서울 도심에 수컷 매미가 암컷을 유인하기 위한 ‘매미 소음’이 심각하다.

매미는 주로 낮에 활동하지만 최근 몇 년간 ‘신세대 매미들’은 낮밤 없이 구애하고 있다. 요즘 매미 소리는 도시 주택가 소음기준치(50∼60㏈)를 훨씬 웃도는 70∼80㏈에 달해 ‘소음 피해’를 호소하는 민원이 일선 구청에 쇄도하고 있다.

서울대 이준호 교수(농생명과학부)는 “매미의 개체수가 늘어나는 것이 결정적 원인이며 국내 매미류 중 몸집과 울음소리가 가장 큰 말매미류가 다수종으로 등장했다”고 말했다.

말매미는 눅눅한 숲 속보다 도심 속 아파트단지처럼 탁 트인 곳을 좋아하는 데다 국내 20여종의 매미 중 번식력이 가장 왕성해 도시에도 살기 좋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동남아시아 등 아열대기후 지역에 주로 분포하며 기온이 높을수록 활동이 왕성하다. 유난히 더웠던 올 여름이 도심 속 매미에겐 최적의 여건이었던 셈이다.

매미소음은 서울 도심의 가로수 밀집지역, 아파트가 많이 있는 서울의 강남지역과 여의도 일대, 수도권 신도시 등에 집중되고 있다.

농업과학기술원의 이승환 연구사(44)는 “매미가 밤에도 울어대는 것은 가로등이나 아파트 단지에서 흘러나오는 불빛, 네온사인 때문에 낮과 밤을 혼동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울대 농생명과학부 이영준씨(박사과정)도 “관찰 결과 일산신도시 아파트 개발 직후에는 애매미, 쓰름매미 등이 눈에 많이 띄었지만 요즘 들어 말매미가 주종”이라고 말했다.

서울에는 지역별로 주로 서식하는 매미의 종류가 다르다. 전문가들은 △남산 세검정 광화문 지역에는 참매미 △신촌 창덕궁 등 고궁지역에는 쓰름매미 △수유리 북한산기슭에는 유지매미가 다수종으로 보고 있다.

<김현진기자>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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