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황후 추정 '얼굴삽화' 공개

  • 입력 2001년 8월 10일 18시 32분


왼쪽부터 대원군, 명성황후, 고종
왼쪽부터 대원군, 명성황후, 고종
TV 사극 ‘명성황후’의 주인공 이미연과 실제 명성황후의 얼굴은 얼마나 닮았을까?

김준희 전 건국대교수가 공개한 명성황후 얼굴은 지금까지 나온 명성황후 사진 가운데 가장 신빙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얼굴이 실려 있는 책 ‘한국, 독립이냐, 러시아 또는 일본의 손에 넘어갈 것이냐’는 가로 11㎝, 세로 17㎝ 크기에 300여쪽 분량에 달한다. 이 책에는 3장의 명성황후의 삽화를 비롯해 당시 한국의 시대상을 보여주는 45장의 삽화가 실려 있다. 이 책에 소개된 명성황후 얼굴은 선한 눈매와 굳게 다문 입술이 인상적이다.

김 전교수가 명성황후 사진이 맞다고 내세운 결정적인 근거는 명성황후와 나란히 실린 고종과 대원군, 순종의 사진(정확히 말하면 사진을 바탕으로 그린 삽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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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실린 삽화들은 고종 대원군 순종의 실제 얼굴과 거의 완벽하게 일치한다. 이를 통해 김 전교수는 이 책에 실린 명성황후의 삽화가 실물과 거의 동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저자가 서문에서 “이 책에 실린 삽화들은 사진에 근거해서 작성된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다는 사실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 책의 저자인 빌탈 드 라게리는 프랑스 일간지 ‘르탕’의 청일전쟁 종군 특파원으로 1895년 3월 제물포항에 도착해 약 1년간 한국에 체류했다. 특히 일본의 낭인들에 의해 저질러진 명성황후의 시해사건은 1895년 10월(양력) 발생해 드 라게리는 이 사건을 직접 겪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은 그가 귀국한 뒤 1898년 프랑스에서 출간한 것이다.

김 전교수가 제시한 마지막 근거는 책의 내용이다. 명성황후의 성격과 특징에 대한 묘사가 명성황후를 직접 알현하지 않고는 불가능할 정도로 자세하다는 것.

드 라게리는 “내가 관찰한 바에 따르면 황후는 여성의 해방을 허용하는 유럽의 풍속을 갈망하고 있었다. 구중궁궐에서 반역자들에게 둘러싸인 그녀는 탁월한 총명함과 유연성을 발휘하며 위기를 모면했고 대원군에 반대해 남편 고종과 아들 순종, 그리고 그녀 자신의 권력을 옹호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 삽화에 대해 한국사진사연구소 최인진 소장은 “이 삽화는 사진을 바탕으로 그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김 전교수는 “명성황후 사진의 원본이 남아있지 않은 이유는 일본이 황후 암살 뒤 완전범죄를 위해 증거를 인멸했기 때문”이라며 “이 사진이 현 단계에서 우리가 알 수 있는 명성황후의 가장 근접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발견된 명성황후 사진은 궁녀 사진인 경우도 있었으며 이 궁녀 사진의 진위조차 판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 삽화가 발견됨으로써 명성황후 사진을 둘러싼 논란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김수경기자>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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