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해역 동해가 죽어간다

  • 입력 2001년 8월 8일 18시 16분


황폐한 바다 불가사리만…
황폐한 바다 불가사리만…
동해 바다 밑 바닥이 사막처럼 삭막하게 변하고 있다. 남해안과 서해안에 비해 비교적 청정해역으로 알려진 동해안 바다 밑도 물고기가 사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해초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사막화’ 현상이다.

이 같은 사실은 포항1대학 해양자원수산과 명형옥(明亨玉·52) 교수팀이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4일까지 스쿠버다이버 4명과 함께 포항시 청하면 월포리∼장기면 신창리 앞 바다 수심 15∼25m의 50㎞ 구간을 현장조사한 결과 확인된 것이다.

명 교수팀은 포항 월포, 흥해, 영일만, 동해면, 구룡포 등 동해안 10곳에서 500m∼1㎞ 떨어진 곳에 설치된 정치망(그물을 바다에 고정시켜 고기를 잡는 방식) 어장, 가두리 양식장 등 어장 주변 해역을 육안으로 1차 현장 관찰했으며 현장의 뻘을 채취, 정밀조사중이다.

조사팀은 이들 바다 밑에서 파래, 청각 등 해초는 거의 사라지고 해저가 뿌연 색깔의 운동장처럼 변해있는 것을 발견했다. 해초가 살 수 있는 뻘이 죽어 이미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진행된 상태였다.

사막화와 함께 어장 주변에 쌓인 폐그물에는 해초 대신 불가사리만 잔뜩 붙어있었다. 이는 바다생물의 정상적인 생태계가 파괴됐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기준. 다만 인공어초를 투입한 두 곳에는 해초가 어느 정도 자라고 있었다.

명 교수는 “뻘에 산소가 통하지 않기 때문에 사막화가 진행되고 해초가 사라지는 것”이라며 “육지의 공장과 가정에서 오폐수가 끊임없이 바다로 흘러들면서 뻘을 죽이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명 교수는 또 “사막화로 뻘이 죽은 해역은 논을 갈아 엎어 지력을 회복하는 것처럼 뻘을 뒤집어 엎어야 한다”며 “국가 차원에서 바다 밑 청소를 대대적으로 펼쳐야 생태계 복원을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해양수산부는 바다오염으로 인한 수산자원 감소 손실액을 연간 3600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해양수산부 해양보존과 천재흥(千載興) 정화담당관은 “일명 백화(白化)현상으로 불리는 해저 사막화 현상의 원인과 대책을 모색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올 3월까지 남, 서, 동해안 항구를 중심으로 146곳을 표본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항〓이권효기자>sapi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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