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대입/구술면접]원정과외 등 방학도 없이 구슬땀

  • 입력 2001년 7월 29일 18시 47분


비디오카메라로 촬영하며 모의 구술면접고사를 치르는 학생
비디오카메라로 촬영하며 모의 구술면접고사를 치르는 학생
《26일 오전 1시경 서울 강남구 청담동 J입시학원. 3층 강의실에서 모의 구술면접고사가 한창이었다. 수강생들은 이른바 명문대를 지원할 고교생 20여명. 서울대 산업공학과를 지원할 예정인 한 남학생이 학업계획을 묻는 면접관에게 “대학에 입학하면 경영학을 부전공으로 선택해 ‘기업가적인 지능’까지 갖추겠다”고 말했다. 면접관은 이 학생에게 “기업가적인 지능이란 무슨 말인가”라며 용어의 정확한 의미를 되물었다. 이 모든 과정은 비디오 카메라로 촬영됐다. 답변 태도와 과정을 다시 보며 취약점을 고치기 위해서다. 이 학원 관계자는 “방학이 시작되자 구술면접고사 특강 등록생이 1학기에 비해 10배 가량 늘었다”면서 “학교의 특기적성 수업과 학원 강의 등으로 바쁜 학생들을 위해 매주 한 차례 오후 7시부터 이튿날 오전 2시까지 집중적으로 강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1학기 수시모집 전형에서 구술면접고사가 당락에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하자 학원가에는 ‘원정과외’ ‘선행학습’ 등 갖가지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주말상경 '유학'…모의훈련도

▽원정과외족〓서울 강남구 청담동 학원가 주변 고시원은 방학 때면 지방에서 입시 원정과외를 온 학생들로 붐빈다.

전남의 한 특목고 1학년생 강모양(16)은 월세 45만원짜리 고시원에서 생활하며 학원에서 구술면접고사 특강 등 5개 강좌를 듣고 있다. 강양은 “지방은 정보가 부족하고 구술면접 특강 등이 없어 ‘유학’왔다”면서 “고시원에 나 같은 학생이 많다”고 말했다.

주말마다 서울로 ‘원정’ 오는 학생들도 상당수에 이른다. 충북 청주시의 고교 3학년생 고모군(18)은 주말에 서울로 올라와 송파구 C학원에서 특강을 받고 있다. 이 학원 관계자는 “구술면접고사 특강 수강생 60여명 가운데 10여명이 지방 학생”이라며 “강원 원주시, 청주시 등 각지에서 수강생이 올라온다”고 말했다.

전북 군산시의 고교 3학년 담임교사 최모씨(30)는 “방학이 되면 한 학년에서 10명 가량이 서울로 ‘입시 유학’을 떠난다”면서 “학교에서 구술면접고사에 대비한 공부를 시킬 여력이 없어 학생들을 붙잡을 수도 없다”고 말했다.

◇"미리미리 준비" 고1도 가세

▽선행학습족〓서울 강남구 대치동 S학원은 고교 1년생을 대상으로 구술면접고사의 기초를 다지는 독서토론반을 운영하고 있다. 10여명이 고전을 읽거나 영화를 보며 토론식 수업을 한다. 이 학원 관계자는 “일찍 구술면접고사를 준비하려는 고교 1년생 학부모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한 입시학원의 구술면접 설명회에는 학부모 350여명이 참석했다. 고교 1, 2년생 학부모도 50여명이나 됐다. 이 학원은 학부모들의 요청에 따라 고교 2학년생을 대상으로 구술면접고사반을 개설했다.

◇소그룹은 한달 100만원 '훌쩍'

▽치솟는 사교육비〓학원 수강료는 주 1회 5시간 가량 강의를 하고 한 달에 20만∼60만원대. 소수 그룹과외 형태로 진행되는 강의료는 한 달에 100만원을 웃돈다.

개인과외 형식을 띠면 경비는 크게 치솟는다. 서울 K고 2학년생 10명은 월 100만원을 들여 유명 강사에게 한 달에 10시간 가량 과외를 받고 있다.

학부모 양모씨(48·서울 서초구 반포동)는 “아들이 1학기 때 구술면접그룹과외를 받았다”면서 “입시제도가 바뀔 때마다 불안해 과외를 받기 때문에 사교육비만 치솟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용기자>parky@donga.com

◇구술 준비 이렇게…

“면접이 시작되자 너무 떨려 공부한 내용이 떠오르지 않더라고요. 평소 실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1학기 수시모집 전형에서 고려대 수학교육과에 합격한 경기 안양고 3학년 박상윤군(19)은 평소에 구술면접고사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벼락치기식 공부로는 질문에 제대로 답변할 수 없다는 것.

박군은 학교 진도에 맞춰 수학과 과학은 정의와 증명 등 기본원리를 이해한 뒤 응용문제를 풀며 실력을 다졌다. 카오스이론 엔트로피법칙 환경 등에 관한 책도 틈틈이 읽었다. 시사 상식은 신문의 시사문제를 보고 인터넷 등으로 자료를 검색했다.

몇가지 사항만 유의하면 비싼 과외를 받지 않더라도 충분히 구술면접고사를 준비할 수 있다.

▽독서량 늘리기〓교과와 관련된 책을 많이 읽는 것이 좋다. 유명한 수학자나 과학자의 업적과 일대기 등을 읽으며 수학과 과학의 원리를 이해하자. 저자의 사상과 논리 등을 염두에 두면서 국내외 문학 작품을 읽고 생각해보자. 무턱대고 책만 읽어서는 사고력을 키울 수 없다.

▽발표와 토론〓‘의사 소통력’이 중요하다. 친구들과 매주 토론 모임을 갖자. 돌아가면서 주제 발표를 하고 토론을 벌이면 발표력과 표현력이 쑥쑥 자란다. 고전문학 영화 신문 잡지 등에서 주제를 선택하면 좋다. TV나 신문 등에서 대담이나 토론을 보며 발표나 토론 자세를 익히는 것도 좋다. 자신의 발표 모습을 비디오 카메라로 촬영해 다시 보면 약점도 찾을 수 있다.

▽시사 상식〓신문이나 잡지를 스크랩하면 시사문제의 흐름을 짚을 수 있다. 같은 주제로 여러 번 반복되는 기사는 반드시 메모하자. 사회적인 이슈는 인과 관계와 파급 효과 등을 눈여겨보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다.

▽심화학습〓구술면접고사는 전공 적성을 평가한다. 정의 증명 등 기본 원리와 응용력을 요구하는 심화문제가 출제되기 때문에 단순하게 외우는 공부로는 대처하기 힘들다.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암기한 내용은 면접관의 몇차례 질문에 쉽게 바닥을 드러낸다. 교과 진도에 맞춰 기본원리를 이해한 뒤 응용력과 사고력이 요구되는 심화문제를 짬짬이 풀어보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박용기자>park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