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성매매 3명중 1명 "아르바이트로 생각"

  • 입력 2001년 7월 18일 18시 57분


“처음 아저씨한테 성폭행을 당하고 난 뒤 내가 소중하다는 것을 못 느끼게 됐고 그 뒤부터는 내 나이 또래나 아저씨들이 가자고 하면 그냥 따라나섰어요.”

초등학교 6학년 때 가출한 뒤 성폭행을 당했던 A양(18·고3)은 이렇게 ‘성매매’를 시작했다.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성매매를 시작한 10대 소녀도 있었다.

미혼모의 딸인 B양(15)은 “엄마에게 쫓겨 가출한 뒤 너무 외로웠다”며 “이렇게 해주면 나 사랑해 주겠지, 마음까지 치유해주겠지, 그래서 채팅해서 만난 사람들이랑 (성매매를) 했다”고 말했다.

서울YMCA와 청소년성문화센터 ‘아하’는 18일 오후 2시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에서 ‘청소년 성매매 문제 사회적 대책 마련 토론회’에서 청소년성매매 경험이 있는 10대 소녀들의 실태에 관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서울 경기지역 청소년 보호시설에 수용돼 있는 10대 소녀 1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48명이 청소년성매매 경험이 있고, 이들은 이전에 모두 성 경험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들 48명 가운데 17명은 원조교제를 일종의 아르바이트로 생각하고 있고, 32명은 15세 이전에 성 경험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성 경험 시기는 14세 때가 16명으로 가장 많았고 15세 11명, 13세 3명순이었다. 첫경험 유형으로는 이성과 합의 20명, 이성과 같이 놀다 엉겁결에 12명, 성매매 3명, 성폭행 4명 등이다.

청소년성매매를 하면서 느끼는 감정에 대해 C양(16)은 “이런 일을 하면 솔직히 마음이 편하다”며 “어차피 한번 만나고 말 사람이니까 내 속에 있는 것을 다 이야기하고 울어버리면 속이 시원하다”고 말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성매매 경험이 있는 소녀들은 대부분 가출과 성 경험이 있고, 성매매를 하는 이유로 용돈 부족, 성폭행 당한 후 보복심리, 스트레스 해소, 외로움 등을 꼽았다. 성매매 매개 수단으로는 080전화방, 인터넷, 휴대전화 등을 이용했고, 원조교제로 번 돈은 생활비, 남자친구와의 교제비 등으로 사용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를 한 ‘자녀안심하고 학교 보내기’ 서울협의회 고성혜(高性蕙) 연구위원은 “많은 사람들이 10대 소녀들의 성매매를 성인들에 의한 피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가정으로부터의 피해”라며 “이들은 부모에게서 안정적인 애정을 받지 못해 불신이 커졌고 스스로 마음을 열지 않아 자포자기의 심리상태가 됐기 때문에 어른들의 따뜻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민혁기자>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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