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강우식교수 "고은은 미당 비판할 자격 없다"

  • 입력 2001년 7월 9일 18시 42분


강우식 교수
강우식 교수
‘미당 문학 논쟁’이 다시 가열될 조짐이다.

시인 고은씨가 5월 중순 ‘창작과 비평’ 여름호에 미당 서정주 시인(1915∼2000년)을 비판한 ‘미당 담론’을 발표한 이래 찬반양론이 분분했으나 최근 논쟁이 소강 국면을 맞았다. 그러나 강우식 성균관대 교수(시인)가 문예지 ‘문학과 창작’ 7월호에 ‘미당 담론에 대한 반론’을 발표, 미당 논쟁에 다시 기름을 부은 것.

강 교수는 고씨의 ‘자격론’까지 거론하며 직격탄을 날렸다. 강 교수는 글 도입부에서 “항간에 고씨에 대해 ‘시 공장’이니 ‘시류에 민첩하다’느니 여러 얘기들이 오가도 분명 고씨는 우리 시대 중요한 시인”이라고 전제하고 고씨의 ‘미당 담론’이 왜 미당에 대한 인신공격에 불과한지 조목조목 따지고 있다.

먼저 강 교수는 고씨가 ‘미당 담론’에서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을 기점으로 미당과 결별한 것처럼 쓴 것은 독자를 현혹하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즉 “고은 시인은 이미 광주민주화운동 한참 전인 1971년에 미당 시에서 벗어나 ‘문학적 전향’을 이뤘으나 굳이 광주민주화운동을 미당과의 결별 시점으로 잡은 것은 ‘깨끗한 민주투사 이미지’를 노렸기 때문”이라는게 강 교수의 주장이다.

강 교수는 “고씨는 미당 시가 시류에 영합했다고 비판하고 있는데 (…) 고씨 또한 현 정치권력에 초대받고 대접받는 과정이 훗날 비판받을 여지가 없다고 어떻게 장담할 수 있겠는가”라고 물었다.

강 교수는 또 “고씨의 미당 비판은 먼저 자신을 되돌아보고 해야 될 말이라고 본다”면서 고씨가 지난 4월 펴낸 시집 ‘순간의 꽃’을 예로 들었다.

강 교수는 “고씨는 미당의 시에 시대에 대한 ‘전진적인 지혜’가 없다고 비난했지만 ‘시무(詩巫)’가 넘쳐서 썼다는 ‘순간의 꽃’을 누가 전진적인 지혜가 담긴 책이라고 평하겠는가”라고 되물었다.

미당의 언어가 정지용에게 깊은 영향을 받았다는 고씨의 주장 역시 같은 논리로 되받았다. 고씨의 대표 시집으로 꼽히는 ‘만인보’(1986년)는 작품 경향이 미당의 ‘학이 울고 간 날들의 시’(1982년)를 확대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당의 ‘학이 울고 간 날들의 시’는 역사적 인물을 형상화한 서사시다.

결론적으로 강 교수는 ‘미당 담론’에 대해 “전반적으로 미당에 대한 참혹한 인신공격적 논조로 빨려들어가 있다”면서 “이 사실은 달리 해석한다면 고씨의 미당문학 비판에 논증이 궁색했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강 교수의 주장대로라면 고씨는 왜 ‘성급하게’ 미당을 비판한 것일까. 강 교수는 ‘스승인 미당의 시가 신화화되어서는 안 된다는 고씨의 권력욕’ 때문이며 이것은 ‘미당에 대한 시적 콤플렉스’에 다름아니다고 꼬집었다.

한편, 고씨가 미당 비판에 나서게 된 동기에 대해서는 여전히 여러 해석과 추측이 나오고 있다. 문화계의 한 인사는 “지난봄 한 언론사에서 미당을 기리는 문학상을 만들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이를 저지하려고 나섰다는 분석이 가장 설득력이 있다”고 전했다.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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