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재정난 외국 사립大 경영개념 도입…지나친 상업화 우려

  • 입력 2001년 6월 7일 18시 36분


《미국 중부의 A대학은 학과마다 학생들이 내는 등록금이 다르다. 취업하는 데 유리한지 여부에 따라 과목당 수업료도 달리 책정된다.

예를 들어 정보통신관계 분야나 경영학과의 경우 연평균 2만달러(약 2600만원)의 수업료를 받는다. 이는 이 대학의 철학 문학 등 인문학부에 비해 2배 이상 비싼 것.》

중부지역의 또 다른 대학에서는 수강신청자가 많은 과목은 아예 과목별 경매제도를 도입해 학기 초마다 학생들이 제시하는 ‘경매가격’으로 수업료를 결정한다.

이처럼 외국의 사립대학들이 급속히 변신하고 있다. 대학 운영에 비즈니스 개념을 도입하다 못해 아예 대학을 상업화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의 모습이 반드시 바람직한 것은 아닐지라도 하나의 추세임에는 분명하다.

지난달 21∼25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제1차 고등교육 국제학술회의’에 다녀온 연세대 교육학과 이성호(李星鎬) 교수가 7일 보고서를 통해 밝힌 사례들이다. 한국 미국 러시아 일본 브라질 영국 인도 등 17개국이 참가한 이 회의는 각국의 사립대학 보직교수들이 사립대학 운영과 생존전략을 논의한 자리. ‘변화하는 대학’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 회의에서 사립대 교수들은 바야흐로 대학 경영의 ‘시장화’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사립대의 생존전략을 ‘상업화’로 정했다.

▽미국〓대학의 상업화가 가장 앞선 곳은 역시 미국. 학과와 과목별 차등 수업료 외에 학교 로고 상품화도 상업화 전략의 하나다. 하버드대는 과거 학용품 정도에나 로고를 새겨 넣어 기념품으로 판매하는 형태에서 벗어나 기업과 연계해 그릇 의류 생활용품 등 다양한 상품을 대량 생산해 학교 이미지 제고와 함께 재정을 충당하고 있다.

수업료가 상대적으로 비싸면서도 현금으로 내는 외국인 학생의 유치도 대학들에게는 매력적인 ‘돈벌이’. 예일대는 단순히 어학연수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차원을 넘어 미리 외국대학과 협정을 체결해 유학을 올 경우 자국에서 수학한 기간을 인정해 주는 ‘공동학위제’를 마련, 외국인 학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듀크대는 자신의 학교 이름으로 세계 각지에 현지 경영학석사(MBA)과정을 개설하고 있다. 미국으로 유학을 가기 어려운 외국학생들을 현지에서 끌어 모으겠다는 구상.

미국 남부의 B대학은 학교 예산에 주식투자기금을 따로 책정해 주식투자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미국 경기의 호황으로 이 학교의 주식투자에 따른 재정확보는 큰 성과를 얻었다.

▽유럽과 동남아〓영국과 독일의 일부 사립대학들은 ‘기업맞춤 교육과정’을 신설한 곳이 많다. 특정 업체에서 돈을 받고 그 업체가 요구하는 과정을 개설한 뒤 졸업생을 전원 해당 업체에 취업시키는 것.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동남아 국가의 사립대학들도 미국 사립대학이 추진하는 등록금 차등화, 주식투자 등 수익사업을 벤치마킹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 교수는 “대학은 늘어나는데 정부지원의 한계 등으로 재정난에 골머리를 앓는 나머지 갖가지 기발한 상업화 전략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 세계적 추세”라고 전했다.

<박민혁기자>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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