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2일 '자유주의 철학 사상의 재검토' 학술대회

  • 입력 2001년 5월 23일 18시 46분


◇"자유주의가 정의로운 사회이념 인가"

신자유주의와 세계화로 대변되는 한국사회의 구조개혁 방향에 대해 철학연구자들이 본격적으로 발언하고 나선다.

한국철학사상연구회는 6월2일 오후 1시반 부산대 본관에서 ‘자유주의 철학 사상의 재검토’를 주제로 학술발표회를 열고 신자유주의와 세계화의 기반이 되는 ‘자유주의’가 정의로운 사회이념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해 집중 논의한다.

건국대 철학과 강사인 김성우씨는 발표문 ‘로크, 자유주의, 신자유주의’에서 “본래 ‘소유의 자유’를 기반으로 했던 경제적 의미의 자유주의 속에 개인의 권리, 분배의 정의, 민주주의, 다원주의 등의 정치철학적 이념들이 역사적 과정을 거치며 들어오게 됐다”고 설명하면서 경제적 자유주의와 정치적 자유주의를 구분할 것을 주장한다.

그는 시장의 자기조절능력 한계 때문에 이런 정치적 이념들이 필연적으로 국가 역할의 강조를 요구하게 되고, 이것이 순수한 자유주의자에게는 자유주의의 기본 원칙을 위협하는 ‘불순물’로 여겨지면서 신자유주의가 생겨났다고 설명한다. 1974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같은 신자유주의자는 바로 이 때문에 자유주의를 여러 ‘불순물’을 제거하려 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김씨는 “신자유주의자들이 주장하는 ‘소유의 자유’와 정치적 의미에서의 ‘개인의 자유’ 두 가지를 혼동하지 않아야만 신자유주의의 본질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소유의 자유’를 본질로 하는 신자유주의에는 민주주의나 정의, 권리 등이 포함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한편 부산대 철학과 문성원 교수는 발표문 ‘자유주의와 정의의 문제:세계화 시대의 자유주의 정의관’를 통해 미국의 대표적 자유주의 사회철학자인 존 롤스 하버드대 명예교수와 마이클 왈처 고등학술원 종신교수의 이론을 비판한다.

문 교수는 “롤스 교수의 이상적 평등주의는 불균등한 힘의 관계 속에 있는 약소국이나 주변 사회의 현실을 무시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각 개인이나 사회의 구체성을 어느 정도 인정하는 왈처 교수의 이론에 대해서도 그는 “이미 주어져 있는 불균등한 조건과 힘의 격차를 바로잡을 수 없다”고 비판한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그는 이미 사회에 형성된 차별과 불평등을 배제할 것을 요구하는 ‘배제의 배제’론을 제기하며 1998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영국 케임브리지대 아마르티아 센 교수의 ‘능력의 평등’설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정의와 발전을 위해서는 불리한 입장에 처한 사람들이 실질적 기회를 박탈당하지 않게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능력’을 ‘실질적 자유’로 보고 이 실질적 자유의 평등한 실현을 사회 발전의 목표로 할 때, 자유는 형식적 자유주의의 틀을 벗어나 타인에 대한 배려 및 원조와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자리에서는 이밖에도 헤겔과 아도르노의 자유주의 및 중국에서의 자유주의 등에 관한 발표와 토론도 마련된다. 02-884-4301

<김형찬기자>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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