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초등생 67% 학원수강 "가족과 대화 거의 없다" 22%

  • 입력 2001년 5월 1일 18시 59분


서울 K초등학교 4년생 박모군(10)은 학교를 마치면 허둥지둥 학원으로 달려간다. 부모가 여러 학원에 등록시켰기 때문이다. 요일마다 학원이 다르고 수강과목 수도 다르다. 학원에서 저녁 늦게 집으로 돌아오면 급히 저녁을 먹고 바로 컴퓨터 앞에 앉아 게임을 즐기거나 텔레비전을 본다. 부모와는 거의 대화하지 않는다.

K군과 같은 초등학생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이는 전국교직원노조가 지난달 3학년 이상 초등학생 109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1일 발표한 ‘어린이 문화 실태’에서 드러났다.

이 조사에서 초등학생 10명 가운데 7명이 학원에 다니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등학생의 40.4%가 한 학원을 다니며 △2곳 18.1% △3곳 5.2% △4곳 이상 3.5% 등으로 67.2%가 학원 교습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시 지역 초등학생은 80%가 한 곳 이상을 다니는데 반해 읍면 지역 초등학생은 44.3%가 학원에 다니지 않았다.

초등학생이 하는 학습지는 1개가 46%로 가장 많았고 △2개 26.5% △3개 13.6% △5개 이상 6.7% 등으로 나타났다. 학습지를 한 두개 하는 초등학생은 읍면 지역이 76.4%로 도시지역(68.0%)보다 높았다.

이들은 ‘다니고 싶은 학원이 없다’(39.1%), ‘억지로 하는 학원이나 학습지가 있다’(27.9%)는 반응을 보여 부모의 강요로 과외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방과 후 학원교습(38.1%)―TV시청(17.6%)―컴퓨터(15.0%)―친구와 놀기(11.5%)―학습지(5.3%) 등의 순으로 시간을 쓰는 것으로 드러났다.

컴퓨터를 지닌 학생(84.3%)의 70.7%는 하루 1시간 정도 컴퓨터를 사용하지만 숙제나 학습(13.5%) 홈페이지 관리(3.9%)보다 게임(51.5%) e메일(17.8%) 채팅(5.0%) 등을 즐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TV시청 시간은 △30분∼1시간 30.6% △1∼2시간 28.7% △2∼3시간 18.0% △3시간 이상 22.7% 등이었으며 시청 프로그램은 만화영화(37.9%), 연속극(30.1%), 오락(9.9%), 어린이 프로그램(8.2%) 등의 순이었다.

가족과의 대화시간은 △10∼20분 24.7% △20∼30분 18.4% △거의 없다 22.6% 등으로 나타났으며 가족이 모이면 주로 하는 일이 TV시청(34.8%)이어서 건전한 가족 문화가 형성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됐다.

<이인철기자>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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