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 '브로드웨이' 정동이 뜬다…'문화1번지' 자리매김

  • 입력 2001년 2월 28일 18시 52분


《‘타임머신’을 타고 서울 덕수궁내 각종 전시관에서 조선시대 궁중의 향기를 음미해본다. 다음은 가로수가 줄지어 반기는 돌담길을 따라 정동교회, 구 러시아공사관 등 구한말의 역사 유적들을 ‘순례’하고…, 한숨 돌린 뒤에는 인근 공연장에서 연중 펼쳐지는 연극, 뮤지컬, 영화에 취해 보자. 마지막코스로는 이국적인 요리와함께 쌉쌀한 전통차를 맛보는 게 어떨까.‘강북의 새로운 문화1번지 정동.’ 시청앞 덕수궁 입구에서 정동제일교회 등을 거쳐 신문로쪽에 이르는 서울 중구 정동 일대가 강북지역의 ‘브로드웨이’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1∼2년새 잇달아 들어선 각종 공연장과 복합상영관 등이 기존의 고궁, 박물관과 한데 어우러져 문화, 역사, 예술이 공존하는 ‘복합문화타운’으로 변모한 것이다.》

▽다양한 문화시설〓27일 저녁 정동 경향신문사 1층에 마련된 뮤지컬 퍼포먼스 ‘난타 전용관’. 연기자들의 신들린 듯한 피날레가 끝나자 300여석을 가득 메운 관람객들이 일제히 박수와 환호를 터뜨렸다. 지난해 7월 개관한 이곳은 국내 최초의 뮤지컬 전용 극장. 97년 10월 첫 공연 뒤 초유의 매진 사례를 기록, 최근에는 50억원의 개런티를 받고 미국 장기 공연계약을 맺은 난타 공연이 연중무휴로 열린다.

또 이 건물 2, 3층에는 6개 상영관을 갖춘 멀티플렉스 ‘스타식스 정동’이 영화 관객의 발길을 끌고 있다. 첨단 영상 및 디지털음향시스템과 ‘무릎이 아프지 않은’ 넉넉한 좌석 간격을 갖춘 이곳은 그동안 종로와 충무로에 비해 상영관 환경이 열악했던 강북의 관객들에게 새로운 명소로 자리잡았다.

이곳에서 덕수궁쪽으로 300여m 떨어진 정동극장(02―773―8961∼3)은 95년 개관 이후 주로 전통예술공연장으로 활용돼 왔다. 1일부터 한국 전통 리듬을 록, 재즈, 랩, 마임 등의 외래문화와 접목시킨 비트 퍼포먼스 ‘두드락 2001’ 공연이 선뵐 예정. 600석 규모의 공연장을 갖춘 정동문화예술회관은 클래식을 비롯해 무용, 대중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들이 사시사철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예술영화 마니아들은 좀더 ‘발품’을 들여 지난해 12월 신문로 흥국생명 지하1층에 문을 연 ‘시네큐브’를 찾아가면 된다. 벨기에 이탈리아 이란 등 평소 접하기 힘든 유럽과 제3세계의 ‘작가 영화’를 수시로 만날 수 있다.

▽주변 전시공간〓사적 124호인 덕수궁내 궁중유물전시관과 미술관을 찾아 전통의 향기를 느낀 뒤 1885년 아펜젤러 목사가 건립한 국내 최초의 예배당인 정동제일교회에 들러 한국 개신교회의 역사를 더듬어 볼 수 있다. 인근 옛 경희궁터에 있는 서울시립미술관은 총 300여평에 달하는 6개 전시실을 갖추고 야외 조각공예, 공예대전 등 각종 기획 전시가 열린다. 이밖에 충정로 방향에 자리한 농업박물관에서는 1600여점의 각종 유물, 농기구 등을 통해 선사시대부터 지금까지 한국 농업의 발달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금강산도 식후경〓정동극장 바로 옆 ‘남도식당’은 맛깔스런 추어탕으로 소문난 별미집. 점심시간마다 10여m씩 줄이 늘어선다. 이국적인 음식을 맛보고 싶다면 인근의 브라질 바비큐 전문 레스토랑인 ‘이빠네마’를 찾아가 보자. 리우데자네이루의 대표적인 해변 이름을 딴 이곳에서는 소, 돼지, 닭 등 10여가지의 고기를 부위별로 소금, 후추로 양념해 숯불에 구워낸 브라질 대중요리 ‘추라스코’를 삼바리듬에 맞춰 맘껏 맛볼 수 있다. 이밖에 정동극장 입구에 자리잡은 전통찻집 ‘토담’은 주인이 직접 담근 향기 그윽한 전통차를 맛보며 얘기꽃을 피우는 손님들로 항상 북적인다.

<윤상호기자>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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