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교향악단' 공연적발…유학생이 제보-평가소홀 노출

  • 입력 2001년 2월 1일 18시 48분


엊그제 해외 악단의 명칭을 사칭한 ‘유령 오케스트라’ 사건이 적발된 데 대해 음악애호가들은 “국내 공연계가 이렇게 허술할 줄 몰랐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국내 음악인들은 “유명 대학 교수가 협연하고 수많은 관객이 관람했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한 유학생의 제보에 따라 사건이 불거졌다는 점은 공연계의 사전, 사후 평가기능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가짜 비엔나 모차르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경우 원래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을 하려 했던 단체가 1개월전 공연을 취소함으로서 공연장이 비게 됐으며 이에 따라 갑자기 공연이 마련된 케이스. 유명 음악인이나 악단의 경우 몇 년전부터 공연스케쥴이 결정되는 점을 감안하면 처음부터 공연의 질이 보장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한술 더떠 공연장을 빌린 국내 기획사(무아아트콤)는 비엔나 현지에서 직접 2,3류 연주자를 모집해 악단을 급조해 놓고는 유명 악단인 ‘비엔나 모차르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를 데려온다고 국내 음악팬들에게 선전했다. 국내 공연기획사의 ‘의도적인 사기’였던 셈이다.

문제는 이러한 사기공연이 앞으로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우리나라에선 이번 사례가 처음이지만 외국에서는 자주 일어나기 때문이다.

홍콩의 경우 지난해 성황리에 열린 러시아 모스크바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연주회가 ‘유령단체’의 공연이었다는 점이 밝혀져 환불과 함께 공연기획사 등록이 취소되는 등의 말썽을 빚기도 했다.

해외 유명단체의 내한공연 중에도 이름값을 무색하게 하는 졸속공연이 빚어져 말썽이 되기도 한다. 지난해 최고 20만원에 육박하는 높은 입장권 값으로 말썽을 빚은 영국 L오케스트라의 경우 “은퇴단원 예비단원 등이 상당수 연주에 참여해 질높은 공연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말이 공공연히 떠돌았다.

전문가들은 가짜공연이나 수준미달 공연을 들여온 기획사에 대한 강력한 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음악팬들도 나름대로 옥석을 가려 공연을 선택해야할 부담을 안게 됐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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