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진료비 본인부담 파장]영세민부담 크게 늘듯

  • 입력 2001년 1월 31일 18시 33분


소액 진료비 본인 부담제와 의료저축제도는 가벼운 질병의 진료비를 모두 환자가 내도록 만들어 병의원 이용을 줄이고 실제로 병의원을 적게 찾은 사람에게 의료보험료 일부를 돌려주는 인센티브 제도.

의료보험 재정에서 의료기관에 지불하는 진료비 증가율은 연평균 18.5%이지만 보험료와 국고지원 등 수입 증가율은 14.4%뿐이고 노인을 중심으로 병원 이용률이 높아져 만성적인 재정적자를 피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 나온 고육책이다.

99년의 경우 외래환자 진료비 청구건수는 2억6331만건인데 이중 1만원 이하는 18.7%, 2만원 이하는 61%. 대부분 감기 같은 가벼운 질병이다. 소액 진료비를 환자에게 부담시켜 보험재정 지출(9조원 규모)을 10%만 줄여도 지난해 적자(1조원)를 커버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이런 방안은 자녀들의 가벼운 질병으로 병의원을 자주 찾는 가정이나 저소득층, 노인층에게는 큰 부담을 줘 재정적자를 저소득층에만 떠넘기려 한다는 반발이 예상된다.

소액 진료비를 본인이 낸다고 병의원을 적게 찾을 것이라는 분석은 전혀 검증되지 않은 ‘가설’이며 오히려 진료비를 아끼려고 병의원 가기를 꺼릴 경우 질병의 조기진단을 어렵게 만들어 병을 키우는 부작용이 우려된다.

이론적으로는 ‘불필요한’ 의료기관 이용이 줄어 의보재정 지출이 감소하면 암 같은 중증 질환과 초음파, 자기공명촬영 등에 보험적용을 확대하는 긍정적 효과가 기대되지만 반대로 초음파 촬영 등 고가 진료를 부추길 가능성도 있다.

의료저축제도는 병원을 자주 이용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많은 부담을 한다는 점에서 산술적 형평성을 맞추는 것처럼 보이지만 고소득자와 건강한 사람이 저소득층과 병약한 사람을 도와준다는 의료보험의 취지, 즉 소득재분배 기능을 무시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따라서 지난해 의료계를 달래려고 의보수가와 의료보험료를 대폭 인상한 정부가 하반기에도 보험료 인상률을 두자릿수로 올리면서 논란이 많은 새 제도를 내년부터 시행할지는 불확실하다.

▼외국 사례▼

싱가포르만 세계에서 유일하게 의료저축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전 국민을 의료저축제도에 강제 가입시켜 소득의 6∼8%를 개인 계좌에 적립해 놓고 중증 및 장기질환을 제외한 가벼운 질병에 대한 진료비를 자신의 계좌에서 내도록 하는 것.소액진료비 본인 부담제를 의료저축제도와 연계해서 운영하는 셈인데 정부는 싱가포르 모델을 우리 실정에 맞게 보완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송상근기자>song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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